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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로버트 애플야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영국 북부 탄광마을에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16살을 맞은 소년, 광부라는 직업을 거부하고 남부지방의 어느 바다 위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정체모를 오두막집을 발견한다. 그곳엔 운명의 친구인 덜시 파이퍼가 있다. 그녀에게 밥을 얻어먹는 대가로 집안일을 해주며, 떠나는 날이 자꾸 뒤로 미뤄지고, 떠나더라도 자꾸 돌아오게 된다.
그녀에겐 기구한 사연이 있는 듯 하다. 로버트가 별채를 여러번 고쳐주지만 좀체 보고싶어 하지 않고, 수평선 너머 바다도 보기 싫어 바다가 보이지 않게 막는 잡초와 풀은 제거하지 않는다.
로버트는 덜시를 배려하지만, 덜시는 먼저 조금씩 마음을 열며 로버트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가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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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배경, 히틀러가 영국을 휩쓸고 간 뒤, 생존자들이 고향이 돌아오고, 분위기는 좋지않으며 전쟁 직후라 환경이 가꿔지지 않았다. 그로인해 주변은 사람보다 자연이 차지했으며, 거미와 인사를 나누고 오소리굴을 따라간다. 로버트는 묶여있는 삶을 싫어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바다를 보며, 낭만있는 삶을 좋아한다.
일단 떠난다, 그게 중요하다. 로버트는 겁먹지 않는다. 당장 자신이 보고싶고 가고싶은 세상을 찾아 떠난다. 수없이 걷고, 멈추지 않고 덜시에게 닿는다.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건 뭘까? 이 시적이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에는 로버트의 태도가 중요하다. "일단 떠나는 것", "아무생각없이 일단 시작하는 것" 로버트는 그 포부덕분에 덜시를 만났다.
덜시는 로버트를 차별하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덜시에 눈에 로버트는 잠시라도 거둬줘야하는 청년이다. 둘다 서로에게 차별하지 않고 모든 걸 도전하고 받아들인 끝에 인연을 맺는다.
인연은 그렇게 맺어진다. 큰 결심없이, 우연히 부딪힌다. 그리고 경청한다. 겸손하게 그리고, 하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간관계엔 존중이 깔려있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손님임을 인정한다.
존중하는 인연과, 인연에 얽힌 도전. 그것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자연의 묘사는 그게 더 아름다워보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이다.
이 겁먹는 중생도, 어떤 인연이든 먼저 도전하고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낀다. 감히 편견을 가지지 않고 나 자신을 낮춘다. "당신을 잘 몰라서 알아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죄송해요" 는 너무 하지말자, 미안할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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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야기는 오래전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야생 초원에 축 늘어진 듯 서 있는 이곳, 바로 이 오두막에서. 어쩌면 당신은 신문의 인물 소개란에서, 혹은 다큐멘터리에서 분노에 찬 젊은 작가의 목소리라며 비평가들이 떠들석하게 칭찬한 나의 데뷔 소설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책은 예상을 뒤엎고 잘 팔렸다. 비평가들은 틀렸다. 나는 분노에 차 있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을 썼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방식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북부에 사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_ 330
공기가 서늘한 기운이 감돌지만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원고가 날아가지 않도록 해변에서 가져온 둘 중 하나를 종이 위에 올려두었다. 그 돌에는 화석이 담겨 있다. 암모나이트, 그것을 바라보다 보면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모든 시간은 상대적이기에,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고서 자연의 주파수에 귀 기울이는 어떤 날들에 나는 다시금 열여섯 살이 된다. _ 329~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