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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감각 - 디자인은 어떻게 도시를 움직이는가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옛 것을 허물고 새 것만 추구하는 한국에 비해, 런던에선 옛것을 보존하고 새것과 조화롭도록 연결한다. 함부로 무언가를 철거하지 않으며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한다. 헨리 8세부터 설치한 거리의 우체통은 어느 왕때 설치되었냐에 따라 코드가 적혀있으며 조지 5세, 7세,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등의 다양한 시대 우체통이 있다. 최근 뉴스에서 영국에서 마지막 공중전화를 해체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지막 공중전화 박스는 버려지지 않고 박물관에서 전시한다는 내용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처럼 남의 나라 것들이 가득하지만, 옛 것의 건축물과 조화로운 현대 디자인들은 다른 유럽 나라들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영국의 새로운 디자인들은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게 아니라 유에서 더 큰 유를 창조한 듯 했다. 일상에서 보는 모든 물질적 요소가 재료이자, 소재였고 어느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무조건 0에서 시작한게 아니라 시대의 조화로움을 선택한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새 것만을 추구한다. 건축학 유현준 박사의 말처럼 재개발에 미친 DNA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업적 목적, 부동산 재벌들을 위해서는 포크레인 한번이면 가차없이 밀어버린다. 우리는 각박한 시대로 갈수록 오히려 낡은 것을 추구할 것이라 본다. "요즘 세상은 이렇구나" 를 떠올리면 답답하니 "그땐 그랬는데" 혹은 "그때는 참 정이 많은 시대였구나" 하고 과거의 역사, 추억을 되세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겨진 옛것의 보존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옛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면 보존할 추억도, 생각할 거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옛것이 거리가 아닌 박물관에만 있으면, 사람들의 추억과 역사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기억할 거리도 점점 멀어져간다.
나는 얼마전 책에 나온 (<무거운 것은 두고 가기로 했다>)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기 시작하면서, 보통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내용. 마치 그것처럼 추억도 나와 멀어질수록 현실에서 기억할 소재가 없어 과거가 얼마나 좋았는지, 지금 좋아진 세상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게 되지 않을까?
남겨두자, 그들처럼. 나는 충분히 한국 사람들이 그것을 허물지 않아도 잘 보존하고 알린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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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나오는 트렌드 보고서에는 이런 단순한 논리가 깔려 있다. 트렌드의 예측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회가 불안정하면 나타나는 현상은 양극화이다. 불안정할수록 양극화는 심해진다. 진정성을 의심하며, 공정성에 목마르고, 전통적인 것과 보통의 것들에 눈을 뜬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회복해줄 거란 믿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으론 사회는 단 한 번도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다. 늘 불안했다. 불안정의 구간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벗어나 평형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급기야는 세상과 조율에 들어가는 것이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를 더 작은, 자기만의 세계로 응축하게 만들고 내적 세계로 수렴하게 한다. 불안이 종식되는 그날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기세로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반면에 미래의 낙관적 희망은 새로운 기술의 열망과 전통 가치에 대한 애착을 품은 채 끝없이 확장된다. _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