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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김정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평점 :
러시아 문학 번역가 김정아 작가가, <백치>, <악령> , <죄와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0년 번역 프로젝트를 하며 있었던 일과 각 작품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엮었다. 실제 펀딩을 통해 완판한 책들은 고급스런 하드커버에 금박을 씌웠으며 검정, 하양, 초록, 빨강의 색깔을 제안하고 썼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한편, 러시아 고전문학에 문외한인 나조차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은 굉장히 파란만장 했고, 그가 나처럼 뇌전증을 앓았다는 점에서도 인상깊었다.작품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뇌전증을 도스토옙스키가 그랬던 것 처럼 '간질' 이라고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으나 나는 그에 동의할 수 없었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간질발작 직전을 환상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묘사했을 때 도스토옙스키에게 동의할 수 없었다.(참고로 사람마다 발작의 느낌이나 징후는 다르다.. 나는 그냥 바로 꿈을 꾸고 잠든다 느껴지는 쪽도 후기를 들어보면 그닥 아름답진 않음)다른것보다 자식을 잃은 도스토옙스키의 마음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세살배기 아들을 잃었을때 그 이유도 뇌전증 발작이었다. 그가 울면서 무릎을 끓고 아들의 신에 키스를 하고 아들을 외쳤고, 그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에 얄료치란 이름으로 (캐릭터 본명 알렉세이) 유일하게 애칭을 넣어 묘사했다는 점에서 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이쯤에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신을 믿는 자로서 신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작품 <악령> 에 대한 스토리도 흥미로웠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여 영향을 받았다고 했을때 스토리를 듣고 나또한 한동안 오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이었고,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직접 작품을 보고 싶었다.피나는 노력으로 4부작을 완성하고, 그것을 제안받고 끝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멋졌고, 무엇보다 이 많은 10년간 작업중에 패션브랜드 CEO나 교수까지 겸한다는 게 놀랍다.번역 중 공황장애가 왔을 때 치료를 제안받았지만, 그녀는 번역으로 공황이 왔다면 번역을 마치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통했다고 한다.여전히 할일을 미루며 약에 기대는 내가 끝에가며 도스토옙스키의 처절한 인생과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하고 본받는 인간 김정아의 고백들에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공황 장애는 지나갔다. 책상은 여전히 거실 창가에 있다. 이제 그 책상을 보아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아니, 조금은 뛴다. 방향성이 다르다. 이번에는 설렘에 가깝다.시험 때문에 공황이 오면 시험공부를 하면 된다. 번역 때문이라면 번역을 헤치우면 된다.이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 인생 때문에 공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인생을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 내면 된다.우리는 결국, 헤치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느 날 마지막 페이지가 온다. 그리고 그날,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다.나는 그 날을 맞고 있다. _ 317요즘은 간질 대신 '뇌전증' 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도 선생님을 이야기 할 때는 '간질'이라는 단어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 단어에는 고통, 공포,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신화적인 울림이 함께 들어 있다. _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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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은 결코 아름답지도 와닿지도 않는다. 나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 이름으로 불리면 더욱 그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