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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팝니다 - 사랑받는 매장의 여섯 가지 리테일 전략
김용일 지음 / 시공사 / 2026년 4월
평점 :
잠깐 가도 기억에 남는 매장이 있고, 조금 많이 머물러도 가고싶지 않는 매장이 있다. 보기 좋은 매장이라고 오래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인 매장이라고 짧게 있다 가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이소와 같은 매장이라면 내가 어떤 제품을 샀고, 그 제품이 어땠는지 위주로 생각하지만 요즘 가로수길, 성수 팝업스토어, 용산 아이파크몰, 사설전시 등은 장소에 대한 기억이 더욱 선명하다.
몇 년 전, 월급을 타 G모 기업에서 개최하는 요시고 사진전을 보러 간적이 있다. 한겨울에 힘겹게 도착했는데 바깥에 카운트 순서를 접수하는 기계가 있었고 주택처럼 내부해서 하며 야외에서 아예 닫힌 문을 보며 대기해야했다. 대기시간은 사람이 밀려 거의 한 시간이었는데, 대기표에 맞게 사람을 들여보내면 단호하고 날카롭게 전시장 문을 닫고, 순서대로 받았다. 오죽하면 지금 바깥에 있는 고객을 향한 단호한 표정이 생각난다.
대부분은 서 있었는데, 순서가 오면 문자로 받았고 조금 먼 거리에 그 업체에서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가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 표를 들고 할인을 받고 커피를 먹으려고 대기했는데, 그 위치도 애매하고 근처에 카페가 많아서 그 사실을 모르고 다른 사설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심지어 대기하는 동안 갈 운영측 카페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사람은 꽉 차있었다.
내부로 진입했는데 가자마자 표를 끊고 직원의 말이 들렸다. "줄 서지말고 마음대로 사진찍고 보세요"
문제가 생겼다. 전시장 전체에 병목현상이 일어나 사진은 커녕 도저히 전시를 볼수가 없었다. 이미 오랫동안 있으며 사진을 사수한 관람객들은 전시사진을 어깨로 가리고 찍느라 바빴고 바나나를 컨셉으로 한 포토월은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해 순서대로 찍으려고 대기줄도 없이 차있었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지나다닐 수 없는 질서없는 상태였고, 결국 어떤 전시를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빠르게 나와버렸다.
그 반대의 기억으로는 퓰리처 전시가 있었다. 가는 길 남태령 사태로 나머지 길은 중간에 내려 지하철을 이용했음에도 전시 자체에 울림이 컸다. 줄은 있었으나 복도에 공간이 많았고, 관람객은 자유롭게 전시줄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감동적이고 극적인 사진에 맞게 조명이 깔려있었고, 해당 사진들의 사정들이 모두 일목요연하게 나와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 두 전시를 극과 극으로 비교하게 됬고, 이 책에 이르게 됐다. 좋은 전시도 전시관의 상황에 따라 작가는 훌륭해도 기분이 나쁘고, 오랫동안 인터넷에 이미 퍼진 퓰리처 사진들도 직접보면 그 울림이 컸다.
운영측에 따라 이렇듯 '기억' 의 차이는 재방문을 할지 안할지 결정하게 한다. G사 전시는 여전히 훌륭한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한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홍보문자를 보내지만, 다른 전시 안내 카톡과 다르게 전혀 방문 의사가 없어졌고, '저 전시 이쁘겠네' 에서 그치지 '가고싶다'라는 도저히 나아가지 않았다.
'자유로움' 을 추구하는 작가의 특징을 담았지만 너무 무리수였고, 규칙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된것같다. 저자도 조명, 상황, 제품, 음악, 장소, 전시물 등등이 재방문,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억'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리테일 매장, 전시는 물건을 팔지만 우리에게 특별한 기억을 팔기도 한다.
리테일 매장에선 기억도 중요하나, 그곳에 갔을 때 인터넷으로 사겠다고 결정하지 않고 바로 집어 결제하고 싶을 만큼의 분위기가 되야하고 비싼 물건이라도 계산하고 싶은 분위기, 재방문 의사도 중요하다. 이는 현장 마켓팅의 일종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내 사연처럼 꼬일 때도 많다.
이 전문적인 영역을 자신이 그동안 담당한 매장뿐 아니라, 방문하고 사용한 매장까지 모두 담았으며 그 섬세함에 옛날에 다녀갔던 많은 매장들을 생각하게 한다. 만인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기는 힘들지만, 불쾌한 기억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기획을 했을 때 이런 기억들을 토대로 조심한다고 해서 과연 실천할 수 있을까? 이런 크나큰 전문적인 영역에 사실상 자신이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