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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영초 학생회를 지켜라 ㅣ 높새바람 55
주애령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평점 :
주애령 작가님의 전작인 <승리의 비밀>을 읽어보지 못하고 후속작인 <충영초 학생회를 지켜라>를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동화여서 이 책을 먼저 읽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었다.
책 제목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동화는 학생회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사실 초등학교의 학생회라고 하면 학교마다 운영방식도 다르고 활동 범위도 천차만별이 아닌가 싶다. 선거를 거쳐서 학생회가 구성되는 과정은 매뉴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할 수 있지만, 막상 구성된 학생회가 교사 주도인지 학생 주도인지에 따라 활동 성격이 많이 다르고, 지도 교사 및 학생회 구성원에 따른 역량에 따라 학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있는듯 없는듯 형식적인 기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어른들의 정치 축소판인 듯 학생회를 교육적인 목적이 아닌 사욕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들도 있어서 아얘 학생회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동화에서 나오는 학생회는 어떤 모습의 학생회일지 궁금했다. 우선 처음으로 등장하는, 중심 사건인 '먹을 것을 사주는 사람만 학생회에 들어가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보며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보통의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학생회와는 다른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어른들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고학년 수준의 동화로 풀어내기 위한 배경 설정인 것 같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에 몰입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문제 상황을 인식한 뒤 나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행동하고, 잘못 알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전하려고 노력하며,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이끌어내는 등 어른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이만큼의 정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많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이 책이 초등 고학년 동화로서 재미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처음에 드러났던 학생회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결말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꽤 흥미로웠고, 다양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어른인 나도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학급 임원이나 학생회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일 등을 바꾸어나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