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나야겠어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샤를로트 벨리에르 지음, 이안 드 아스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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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내용은 다 알지 못한 채 책을 선택할 때는 제목이나 그림 등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제 떠나야겠어>라는 제목부터 지쳐있던 나의 마음을 깊이 건드렸고 겉표지에 나온 빨간 망토를 두른 생쥐가 남달리 애틋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수채화 그림이 마음을 말랑하게 하고, 상당히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는 생각의 깊은 데까지 건드리며 주인공 생쥐의 여정에 동행하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등장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이유로 생쥐는 복잡한 마음 속에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배와 장대를 의지해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다른 인물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자신의 것들(나를 상징하고 나를 정의하던 것,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던 것, 내가 의지하던 것 등)을 하나씩 내려놓게 되고 이 여정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아보고 난 후에야 나를 나로서 바라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낀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다.


나는 어떤가? 지난 한 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오랜 시간 만성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결국 몸에 큰 병이 찾아오며 입원치료까지 받았기에 나 스스로도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뿐만 아니라 나를 아는 다른 사람들도 내게 쉼이 필요하다 말했었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을 완전히 떠날 이유는 될 수 없었기에 잠시 쉬었다 가자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런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생쥐처럼 완전히 내가 살던 강기슭을 떠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머물던 그 곳에서 한 발 물러서서 나를 돌아보는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간 강기슭은 (비록 달라진 게 없을지라도) 내가 변했음으로 인해 다른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 보다는 청소년이나 그 이상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책,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서 간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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