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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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오감을 사용하여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려고 했지만- 왜인지 사물 그 자체에서 보이는 것 그 너머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랐다는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 낯설지 않았다. 나 역시 사물 하나에 추억과, 사물 하나에 미련과, 사물 하나에 아픔과, 사물 하나에 위로를 떠올리는 종류의 사람이어서.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글인 '위로 음식'을 읽으면서 이미 글에 푹 빠져버렸고 눈물이 핑 돌았다. 작가님과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주변 인물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지만 꼭 같은 것을 겪었어야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작가님의 기억과 닿아있는 그 위로 음식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담담하게 풀어낸 그 이야기들이 매개체가 되어 나의 기억을 건드렸고, 그 기억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다음 글을 빨리 읽고 싶기도 하고 이 글을 읽은 여운을 좀 더 느끼고 싶기도 했다. <빅이슈> 잡지에 연재되었던 에세이라니,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에세이를 한 편씩 읽고 다음 편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글을 곱씹는 방식이 이 에세이를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사물과 이어진 기억을 떠올렸고, 결국엔 그 기억 속의 사람을 떠올렸던 작가님을 통해 작가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사람들을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되었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얼마나 다른지, 그 안에 연결고리들이 얼마나 촘촘한지.. 좋든 싫든 사람들과 복잡하게 얽혀서 살아가는 동안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다. 에세이를 읽으려 했지만 나를 읽게 했달까.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뒤로 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방학이라는 시간동안 아껴 먹듯이 남은 글들을 하나 둘씩 꺼내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생각을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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