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릭스 그림책향 31
오세나 지음 / 향출판사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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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후로 그와 관련된 주제의 그림책이 나오면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 오세나 작가님의 <테트릭스> 그림책을 알게 되었고, 테트리스와 매트릭스 단어를 조합하여 지은 제목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들으며 어려운 주제를 참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시겠구나,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 책의 겉표지부터 전해지는 이 책의 특별함! 일반적인 양장 제본에 코팅된 겉표지가 아니라 코팅되지 않은 크라프트지 느낌의 두꺼운 종이 겉표지에서부터 작가님의 의도가 녹아있는 것 같았다.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경각심을 주며, 변화의 기폭제가 되길 바라면서도 책이 폐기되는 그 순간까지도 친환경적으로 처리될 수 있기를 바라셨던 게 아닐까?

제목을 '테트리스' 게임에서 가져온 것 답게, 게임이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레벨 1부터 이야기가 점차 진행이 된다. 해당 레벨의 주제가 가꾸기, 기르기, 짓기로 바뀌면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사뭇 달랐다. 레벨 1 가꾸기 단계에서 보았던 초록초록한 자연과 그 안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은 레벨 2 기르기 단계에서 점점 자유를 잃어가고 자연 그대로를 대신하는 빽빽한 건물들이 삭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우리가 동식물을 가꾸고 길러왔다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자연이 우리 인류를 가꾸고 길러왔던게 아닌가 싶다.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해주고,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땅, 공기, 물, 식량을 내어주며 인류가 문명을 꽃피울 수 있게 해준 그 자연을 우리는 너무 쉽게 이용하고, 훼손하고, 착취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레벨 3 짓기 단계에 들어서자 초록빛 식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한편, 자연 그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인류가 만들어 낸 것들이 차곡차곡 채워진다. 사실 레벨 3 단계 초반만 해도 그 풍경이 내게는 더 익숙했고 이정도면 초록이 꽤 많은 편 아닌가, 여기 지어진 것들이 모두 우리 삶의 편리성을 높여주고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면, 게임이 진행될수록 회색빛 건물들로 가득한 그림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가장 숨 막히게 했던 장면은 레벨 3 마지막 장면이었다.

PERPECT. 게임에서는 완벽하게, 빈틈없이, 테트리스 조각과 같은 건물들을 빼곡하게 채워넣은 이 장면을 완.벽.하.다. 라고 인정했다. 정말 완벽할까? 이 모습이? 네 생각은 어때? 라고 독자들에게 큰 질문을 돌직구로 던지는 듯했다.
이어서 한 장을 더 넘기면 "게임을 계속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아니요'를 선택했지만 '네'를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마음에 한 장을 더 넘겼다. 그리고 그 장면에 한참을 머물며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결말이 궁금하다면 책을 보시길..)

어렵다. 어렵지만 초등 고학년 이상부터 성인까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글이 없음에도 많은 이야기를 듣는 듯 깨닫는 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경고의 메세지를 달갑게 듣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나와 우리를 살리는 경고는 입에는 써도 몸에는 약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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