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퍼핀 빨간콩 그림책 18
킴벌리 앤드류 지음,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나의 남편은 집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언젠가 정형화된 아파트가 아닌 나만의 집을 짓고 사는 것을 꿈꾼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당장 실행에 옮길 수는 없기에 <건축탐구 집>이나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양한 집을 구경하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우리는 나중에 이러이러한 집을 지으면 좋겠다 라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책, <건축가 퍼핀>. (물론 동물들을 위한 집이지만)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즐거움, 집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우선, <건축가 퍼핀> 그림책의 주인공인 퍼핀이 어떤 동물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언뜻 부리만 보면 앵무새 같고 깃털 색을 보면 펭귄같아보이기도 했다.) '퍼핀'으로 지식백과에서 검색하니 도요목 바다오리과의 조류라고 하는데, 뿔퍼핀이 아닌 대서양퍼핀이라는 것을 부리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실제 퍼핀도 귀엽고 개성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림책 속의 퍼핀 가족은 특히나 더 사랑스럽다.

건축가 퍼핀은 아주 실력있는 건축가인 것 같다. 그동안 수 많은 동물들의 직업, 생활패턴, 요구사항 같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집을 설계하고, 건축해 준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축가 퍼핀에게도 어려운 고객이 있으니 바로 아기 퍼핀들을 위한 집을 짓는 것이다. 그동안 지었던 집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하지만 아이 퍼핀들은 계속해서 "싫어요. 별로예요."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도 귀여운 반전이 있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 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우린 낮잠 같은 건 안 자요!" 하지만 한 명은 드르렁~! 하고 잠들어있다던지, 정원사의 집에서 야외 욕조에 몸을 담그로 행복하게 물놀이를 한 후이지만 "별로예요." 한다던지..

어쨌든, 아기 퍼핀들은 다른 동물들을 위한 집은 그들에게는 완벽할지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아니라며 완전히 새로운 집을 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고객님들(아기 퍼핀들)을 위한 집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는 건축가 퍼핀. 그들이 무엇을 즐겨 하고,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완벽한 맞춤 집을 설계한다. 건축가 퍼핀 스스로도 '내가 지은 집 중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자부하는 그 집에 이사를 와 친구들을 초대한 장면으로 끝이 난다.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단순한 건물 혹은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자라가는 그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서. 현실은 아파트에 살며 같은 라인에 있는 다른 집들과 복사본같이 똑같은 구조의 집에 살며 그 안에서 나름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자 물건을 들이고, 꾸미고, 약간의 내부 인테리어를 해서 살고 있지만, 이렇게 나를 위한,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을 0에서부터 시작하여 설계하고 지어나가고 또 그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에게 참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건축?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나의 자녀도 레고 블럭이나 카프라, 조립식 와플 블럭 같은 교구로 집(공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실제 집에 비할 수 없지만 부족한 모든 부분은 아이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다 채우고도 남기에 아이는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즐거워하며 그 놀이를 한다. 여기는 무슨 공간이고 여기는 어디이고~ 신이 나서 나에게 설명을 하고 싶어하고, 장난감 사람들을 세워놓고(사실 사람 형태일 필요도 없다.) 역할놀이 등을 하며 그 공간에서 살아보는 상상 속 경험을 한다. 그런 아이여서 그런가 이 책을 읽고도 "엄마, 퍼핀이 어디에 살아요? 퍼핀을 찾아가서 내가 살고 싶은 집도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한다. 실제 건축가 퍼핀에게 집을 의뢰할 수는 없지만, 그 또한 상관없다. 건축가인 엄마 퍼핀이 그러했듯,(처음에는 무심코 아빠라고 생각했었다.) 아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상상력에 동참하여 함께 집 짓기 놀이에 뛰어들어 살고 싶은 집을 지어올리고 그 안에서 놀아줄 수 있다면!


혹시 만들기나 건축 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그림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퍼핀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것이고, 여러 동물들의 집에 들어가있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아참! 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면지에 나와있는대로 이 책속에 숨어있는 21마리의 달팽이도 꼭 찾아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