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런수런 숲 이야기
고데마리 루이 지음, 오사다 게이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책 속 주인공인 마이와 닮은 점이 많은 딸아이가 있다. 나이도 3학년이고, 엄마를 무척 사랑하고 엄마와의 시간을 갈망하는 딸이다. "엄마랑 꼭 붙어있을 거예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자주 말해주며 품에 포옥 안기고 부비적거리는 그런 딸이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딸과 우리 가족을 무척 사랑하지만 나의 일 또한 사랑한다. 주어진 일(흔히 말하는 '월급 받는 만큼') 그 이상으로 일을 하고싶을 만큼 나의 일에 자부심이 크고, 꿈도 많아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전적으로 가정을 우선순위에 두기 보다는 일하느라 정시 퇴근을 못하기 일쑤이고, 아이의 방학 중에도 자발적으로 신청한 연수를 듣고 출장을 가는 바쁜 엄마이다. 또, 딸아이의 고모가 미국으로 가서 살고 있는 것까지 닮았다. (물론 아직 한 번도 방문해보진 못했지만.)
그래서일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이의 독백과도 같은 말들이 남다르게 내 마음에 꽂혔다. 엄마와 함께 했던 일을 엄마 없이 할 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엄마 없이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엄마와도 함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마이가 꼭 나의 딸인 것만 같았다. 작가가 마이의 마음을 묘사하거나 인물 사이의 관계를 묘사할 때 섬세하게 표현하여 더욱 감정 이입이 된 것 같다.
평범함을 벗어나는 것 같거나,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어떤 상황에 큰 변화가 찾아올 때는 누구나 불안하다. 지금까지 누려오던 모든 것이 다 무너질 것만 같은 위기감도 느낀다. 어린 마이에게 엄마의 이탈리아 발령으로 인한 가족의 분리됨은 세상이 반쪽나는 것만 같은 두려운 일이었다. 그런 마이에게 엄마를 포함한 다른 어른들이 건네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조언은 참 따뜻했고, 진심으로 마이를 아끼는 듯 했다. 또, 고모네 놀러가서 만나게 된 자연과 동물 친구들의 삶 자체가 마이를 흔들었고, 성장하게 했고, 깨우쳤던 것 같다.
어른이라고 마이와 같은 마음의 어려움이 없을리 없다. 그럴 때 다시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또, 마이와 많은 부분 닮아있는 내 딸에게도 마이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