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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아이들의 숨은 비밀
박혜원 지음 / 아주좋은날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말 안 듣는 아이들의 숨은 비밀> 박혜원, 아주 좋은 날
사람은 힘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 방식대로 밀고 나가려 하고, 이기려 하고,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그런데 강요와 과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는 그 힘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율성이나 삶에 대한 주인의식, 책임감이 없다. 더구나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하지 못하고 강제로 끌려왔기 때문에 뭔가 일이 잘못되면 모두 부모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를 망가뜨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다.
p146
자녀의 건강, 재능, 능력, 외모, 성취, 성적 모두 부모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한 문제이다. 그런데 그 어느 것이든 지나치게 집착하고 강요하는 순간 그것은 자녀에게 무기가 되어버린다.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구별하고, 비록 자녀에게 필요한 일을 시키더라도 아이도 자기만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그 자율성을 박탈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부모가 해야 할 어렵지만 중요한 과제이다.
p147
스스로 자기가 좋은 사람이고,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자기가치감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자기가치감을 심어주려면 자신이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를 깨닫게 하면 된다. 무척 어렵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해줘야 할 것 같지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의 말을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요?”라고 묻는 부모들이 많은데, 여기서 핵심은 ‘진지하게’다.
앞서 말했다시피,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하나의 세상이다. 따라서 엄마의 관심은 세상이 주는 관심이고, 엄마와의 소통은 세상과의 소통이다. 아이가 수시로 엄마를 찾고 곁에 있으려고 하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p159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통제감과 유능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작은 일이라도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성공 경험을 쌓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달성하게 되면 서서히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자기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게 된다.
p168
하루는 수민이가 거실에서 만화를 보고 있었다. 피아노학원에 가려면 아직 10분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는데, 큰삼촌이 나와서 물었다.
“수민아, 피아노학원 언제 갈래?”
“만화 다 보고 갈게요.”
“그래? 그럼, 만화 다 보고 작은 삼촌이나 할아버지한테 피아노학원 데려다 달라고 해. 큰삼촌은 지금 나가야 하거든.”
“(잠시 생각하더니) 큰삼촌이랑 지금 갈래요.”
“만화 다 안 봐도 돼?”
“네, 나중에 봐도 돼요. 지금 삼촌이랑 나갈래요.”
수민이는 재미있게 보던 만화를 포기하고 큰삼촌과 피아노학원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만화를 다 보고 무서운 작은삼촌이나 할아버지랑 피아노학원에 갈 것이냐, 만화를 포기하고 친절한 큰삼촌과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 수민이는 만화 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것은 오롯이 수민이의 선택과 결정이다.
이런 결정 하나하나가 쌓여 아이의 유능감으로 자란다. ‘내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과 힘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동안 무의식 속에서 ‘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고, 능력 있고 힘 있는 사람이다’는 인식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된다.
p177~178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유능감과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기가치감은 그 사람을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느낄까? “너는 유능하지 않을뿐더러 가치도 없어”라는 말로 들리지 않을까? 이런 말은 아이들에게 농담으로도 건네서는 안 된다.
p179
책임감은 잘못을 지적하고 책망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 미치는 자신의 힘을 자각할 때 생긴다. 결국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연결시키는 인과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p188
아이가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인과적 사고가 가능해야 한다. 행동의 원인과 그 결과를 제대로 연결하고, 자신의 행동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책임감의 핵심이다.
p193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다’는 것은 책임감의 핵심개념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되도록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연습을 시켜야 한다. 선택하는 연습을 많이 해본 아이일수록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자신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선택의 상황을 자주 접하고 그 상황에서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선택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적으로 파워가 생긴다.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갖는다는 말과 같다. 사람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위축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력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해지는 이유이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생각되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한번 해볼까?’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뭘 해도 좋으니 네가 좋아하는 걸 해봐”라고 말해주자.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동기부여도 확실하고 수행능력도 좋아지고 성취감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을 때 만족감이 높다.
p203~204
어떤 것을 선택할 때는 좋은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장점을 비교해서 더 많은 장점을 가진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장점을 비교하다 보면 무엇을 보든지 일단 좋은 점을 파악하는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출발점이 된다.
p207
이럴 때일수록 지적과 충고보다 꾸준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너는 왜 친구가 없니?”라고 묻는 대신에 “다른 애들이 네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아직 모르는구나”라고 말해준다거나, 어렸을 때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던 경험, 남에게 친절하게 했던 일,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받았던 일 등 긍정적인 경험들을 떠올리게 하면 좋다. 자존감에 상처 입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마음은 과거에 잘못했던 기억들만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잘했던 기억을 회상해내지 못하고, 누군가의 꾸준한 긍정적 평가가 없으면 스스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게 힘들다.
과거의 긍정적인 경험은 자신의 부정적 자아상을 수정하고 자신감을 회복시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사고방식의 변화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p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