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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심리치료
Nancy McWilliams 지음, 권석만 외 옮김 / 학지사 / 2007년 6월
평점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Nancy McWilliams 저, 권석만·이한주·이순희 공역, 2007년, 학지사>
정신분석적 계보에 속하는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들은 의식되지 않은 것을 인식하는-즉, 우리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지만 인식하기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것들을 인정하는-능력을 향상시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무의식적인 내용들은 취약성(심리적 혼란, 파편화, 파멸의 위험), 허세(수치감, 완벽의 포부, 전능감의 환상, 특별감 및 특권의식), 갈등(욕망과 금지 간의 긴장, 양가감정, 상호배타적인 목표의 추구), 도덕적 결함(자기기만, 자기정당화의 유혹, 행위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부정) 또는 육욕, 탐욕, 경쟁 그리고 공격성에 관한 것으로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보다 훨씬 더 위선적인 사회에서 Freud가 초기 이론을 통해 그토록 강렬하게 폭로하고자 했던 것들이다. - p19
정신분석적 치료에는 하나의 진정한 보편적인 기법이 존재하지 않지만, 타인의 이해와 성장을 위해 정신역동적 원리를 적용하려는 노력의 기저에는 보편적인 신념과 태도가 존재한다. Mitchell과 Black은 그러한 태도를 “마음의 복잡성, 무의식적 정신과정의 중요성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 대한 꾸준한 탐구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라고 기술한 바 있다. Benjamin은 이를 “우리 모두의 취약성에 대한 진실, 자유 그리고 연민”에 관심을 지니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최근에 Lothane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정신분석적 치료를 받는 환자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을 배우고…… 충동적이기보다는 책임 있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도덕적 존재로 성장하는 것을 배우는, 탐구적 삶이라는 소크라테스적 목표를 추구한다.” 정신분석의 가치에 관한 논문에서 Meissner는 자기이해, 진실성, 가치 자체의 존중 그리고 진실의 탐구를 강조하였다. - p51
Edgar Levenson이 갈파했듯이, “치료의 핵심은 도달하려는 진실보다 진실에 도달하는 방식에 있다.” 심리적으로 정직하려는 노력은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다른 모든 것의 원천이며, 심리치료자의 핵심적 과제는 심리적 정직성이 점진적으로 심화될 수 있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 p72
성인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지니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며, 윗사람과 자신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적대감 없이 의견 차이를 표현하는 수련생에 대해서 대부분의 슈퍼바이저들은 호감을 지닌다. 내가 회피적인 방식으로 대했던 슈퍼바이저를 더 잘 알게 되면서, 내가 전이로 인해서 그에게 미숙한 행동을 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내가 나중에 용감해져서 그와의 의견 차이에 대해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때, 그는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으며, 내가 겉으로는 복종하면서 속으로 반발하던 때보다 슈퍼비전이 깊이 있게 진행되었다. - p90
이러한 대답을 하고 난 후, 치료자는 환자가 이러한 대답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치료자를 만나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펴보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매우 유용한 한 거지 방법은 “저는 그러한 질문에 기꺼이 대답하겠습니다만, 먼저 당신이 그런 질문을 하게 된 생각과 감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반응하는 것이다. - p125
어떤 뿌리 깊은 태도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려면, 그러한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p131
만약 환자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하고 있으며 치료자가 과연 자신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치료자는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 강렬한 분노를 죄책감 없이 발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또는 치료의 경계가 잘 유지될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치료자의 이러한 반응은 신뢰감을 심어 주기보다 오히려 해로운 퇴행을 조장할 수 있다. - p154
수년간 분석을 받은 후에 한 내담자는 나에게 “제가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있는데, 선생님은 일을 잘 처리하면서도 자신을 잘 돌봅니다. 나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p166
그보다 “나는 내가 그동안 받아왔던 것보다 낮은 치료비를 받고 치료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내가 당신에게 섭섭함을 느끼게 될 수 있으며, 그런 기분상태에서는 치료를 잘 해나가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해 주는 것이 훨씬 낫다. - p183
나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역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이에 대해서 몹시 수치스러워하는 것을 보아왔다. 자기이해는 정신분석적 치료에서 추구하는 목표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자기수용이다. 수치스럽게 느껴졌던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수용하게 될수록, 그로부터 그만큼 자유로워지게 된다. 학문 분야로서의 정신분석은 일곱 가지의 치명적인 죄악을 포함하여 인간의 속성을 하나씩 밝혀 왔는데, 그 바탕에는 이러한 인간적 속성을 인식함으로써 이를 좀 더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 p196
수용을 해 주면서 수치심을 해소시켜 주는 한 가지 방법은 “그렇군요 …… 그래서 어떻다는 거죠?” 하는 반응(the "Yeah …… so?" response)을 언어적으로나 비언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환자가 고백하는 어떤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는 음성과 표정을 나타내면서, 왜 이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 p196
무언가 생각에 잠겨 계속 침묵할 경우에는 “무엇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말한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 무척 자랑스럽겠습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축하합니다!”라고 말하고, “지금 나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군요.”라고 말하기보다는 “나는 지금 약간의 불쾌감을 느낍니다. 혹시 당신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도록 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당신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거나 편안해 보이지 않네요.”라고 하기보다는 “아주 힘든 상태에 처해 있군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라고 하기보다는 “나에게는 놀랍지 않은데요.”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p200
그러나 치료시간을 마칠 때가 되면 내담자는 당연히 치료자의 언어적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내담자가 자세하게 말한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물을 수도 있고(즉, 명료화를 위한 요청), 치료자와 내담자 모두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주제에 관해 좀 더 말해보도록 권유하는 말을 할 수도 있으며(작업 동맹의 강화), 치료자에게 이러한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탐색할 수도 있고(전이 반응에 대한 예비적 탐색),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모습에 대해서 말해줄 수도 있으며(방어에 대한 분석), 치료자가 내담자의 말 이면에서 파악한 주제를 요약해 줄 수도 있다(잠정적인 해석). 다시 말하건대, 치료 초기의 치료적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자가 잘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 p201
부부치료를 하는 치료자들에 따르면,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직접적인 지시를 해 주는 것이 유익할 때가 많다고 한다. “서로에게 ‘나’로 시작한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당신이 직접 느끼는 것을 말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나는 당신이 둔감하다고 느껴요.”와 같은 말투는 치료자가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부부가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당신이 나를 무시할 때 내 마음이 아파요.”)을 말하게 될 때 부부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진일보를 내딛게 되는 것이다. 개인 치료자들은 보통 두 사람 간의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시키는 전문가들에 비해서 덜 지시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내담자들이 자신의 정서적 경험에 대해서 덜 방어적이고 일인칭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도록 권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목표를 지닌다. - p202
신경증 수준의 환자에게는 치료자가 계속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탐색을 하도록 유도한다. 경계선 수준의 환자인 경우에는, 치료자가 두 사람 간의 갈등을 예상하면서 능동적인 태도를 지니고, 경계를 설정하고, 원초적인 심리적 역동을 해석하며, 지금-여기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신병 수준의 환자인 경우에는 치료자가 교육적 태도를 취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유도하며, 환자의 역량에 대해서 분명하게 지지를 해 주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성격유형에 따라 치료자의 어조도 달라진다. 즉, 우울증상의 심각성이나 성격구조 수준에 상관없이, 우울한 내담자에게는 동정적인 태도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반면, 편집적인 내담자에게는 다부진 음성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잘 받아들여지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치료자 대부분은 직관과 경험에 근거하여 자신의 어조를 각 환자에게 맞추곤 한다. - p205
모성적 성향과 부성적 성향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은 환자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며, 치료자들은 어떤 것이 더 유익한지를 시행착오 속에서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대다수 치료자들은 공허감과 애정결핍을 느끼는 자기애적 성격의 내담자를 치료할 때 Kohut의 방식대로 모성적 치료방식을 취하는데, 이러한 내담자들은 치료적 해석을 공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거만하고 특권의식을 지닌 자기애적 성격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에는 Kernberg의 부성적이고 직면적인 태도로 해석을 해 주는데, 이러한 환자들은 대담하고 직면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이러한 두 가지 태도가 모두 필요하며, 이러한 태도들을 자연스럽게 바꾸어 가며 치료하는 능력은 심리치료라는 예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 p206
안정적 애착양식을 보이는 내담자들에게는 내면적인 갈등을 해석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안한 애착양식을 지닌 내담자에게는 부드럽게 달래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가적인 애착양식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 치료자는 함입(engulfment)에 대한 두려움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여 나타나는 것을 잘 견뎌야 한다. 애착양상이 혼란스럽고 뒤죽박죽되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 p207
항상 치료자들은 매우 수동적인 개임과 매우 능동적인 개입(예컨대, 공감과 해석, 버텨 주며 수용하기와 직면시키기, 체험하게 하기와 이해 증진시키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 p208
전통적인 분석치료에서 치료자가 내담자의 전이를 조성하는 이유는, 만약 치료자가 내담자를 괴롭히는 매우 강력하고 무의식적이며 병적인 내면적 소리를 수정하려면, 치료자가 내담자의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초기대상이 지닌 권력만큼이나 강력한 권력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 p217
분석가가 그녀의 내면적 세계 속에서 아동기에 억압적이었던 어머니처럼 심리적이고 강력한 존재가 되었을 때, 그러한 치료자의 ‘승인’은 자상한 신부님이나 유능한 성치료자의 승인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 p219
그 분석가가 전이를 유발하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감정의 격랑을 잘 견뎌냈으며 자신의 치료적 경계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를 잘 지켜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 p219
현실적인 유능감을 구성하는 능력들은 자기표현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반복적인 경험과 자기패배적인 습관을 수정하기 위해서 협동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을 통해 치료과정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 p223
치료효과에 대한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치료성과는 어떤 특수한 기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내담자와 맺게 되는 정서적 유대와 더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 p256
치료자의 강렬한 감정은 대부분 환자가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정(일치적 역전이: concordant countertransference)이거나 그 환자에 대해서 다른 중요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보완적 역전이: complementary countertransference)을 보여 준다고 Racker가 주장한 이래, 분석가들은 덜 지적인 능력을 통해서 얻은 정보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263
한 사람의 경험은 그렇게 쉽게 ‘자각되는’ 것이 아니라 혼돈상태에서 명료한 형태를 갖게 하는 언어의 힘에 의해서 ‘인식되는’ 것이다. - p344
정서적 갈등상태의 한 측면만을 받아들이고 다른 측면은 무시하는 단순성, 예컨대 자신이나 타인이 완벽하기만을 바라는 단순성의 매력은 매우 뿌리가 깊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소중한 교훈이다. 우리가 최근에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목격하고 있듯이, 사람들은 자기편의 선함과 적의 악함을 이분법적으로 확신한 나머지 이러한 신념적 환상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과 타인을 파멸시키는 일을 심지어 황홀경 상태에서 하고 있다. - p348
내담자들은 정상적 슬픔과 병리적 애도의 차이, 즉 슬픔과 우울의 차이를 알게 된다. 그들은 분리불안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 양심을 통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것을 깊이 느끼는 것은 ‘약점을 내보이는 것’이나 ‘자신을 수치스럽게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모든 감정과 욕망은 이기적인 속성을 지닌다는 점 그리고 겉보기에 매우 ‘이기적이지 않은’ 행위 속에도 개인적인 욕망이 숨겨져 있음을 수치스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게 된다. - p348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공격하는 대신, 변화될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도록 노력하며, 변화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을 공격하기보다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단점을 점점 더 수용하게 됨에 따라, 타인에 대한 동점심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 p363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진실할 수 있을 때, 특히 그러한 진실한 모습 속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에게 있어서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만족감 중의 하나는 그들의 심리적 결점과 모든 것이 수용받는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참 자기(true self)를 함양하는 것은 내담자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이며, 우리의 직업적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진실이 떠올라 명확해질 수 있는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신분석적 치료의 핵심이다. - p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