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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평점 :
자유를 꿈꾸며 사는 사람만이 자신을 옥죄고 있는 담벼락과 조우할 수 있을 뿐이다. - p21
니체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우리가 순간의 굴욕과 비겁을 선택할 리는 없다. 순간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사실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그리고 지금의 삶이 비겁하다면 우리는 자신이 10만 년 주기로 지금까지 비겁했다는 슬픈 과거를, 동시에 자신이 앞으로도 영원히 10만 년 주기로 비겁하리라는 슬픈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 p25
이처럼 우리가 현재 욕망하는 거은 과거 부모나 사회로부터 금지된 쾌락 대상의 아우라를 가진 것뿐이다. - p30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지위,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지 않는 모든 일이다. 『엥케이리디온』 - p37
생각은 오직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과 조우할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다. - p83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낯섦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생각이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 p85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사용되는 다양한 맥락들을 염두에 두면서 머릿속에서 혼자 추측하지 말고 실제로 언어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 p101
동일한 언어라도 사용되는 맥락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그래서 한 가지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삶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102
그것은 바로 '사람의 일을 모두 다 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가진 '진인사대천명'이란 유명한 구절이다. - p106
드디어 우리는 '진인사대천명'이란 익숙한 말이 얼마나 무서운 교훈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말의 논점은 바로 '진인사',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다'는 구절에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를 수 있고, "이것이 나의 천명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 p109
인간은 "자기 자신과 다른 이성적 존재자를 단순히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 자체로 취급해야 한다" - p124
전체주의는 우리가 자신에게 책임의 역량, 즉 타자와 마주하면서 그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망각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말이다. - p130
만일 내가 타자에 의해서 사랑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사랑받는 자로서 자유로이 선택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사랑과 관련된 통상적인 용법에 따르면 '사랑받는 자'는 '선택된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선택은 상대적이거나 우발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타자가 자기를 선택한 것이 '다른 애인들 중에서'라고 생각하는 경우, 사랑에 빠진 사람은 화가 나고, 그리고 자기가 값싼 것처럼 느낀다. "그렇다면 만일 내가 이 도시에 오지 않았다면, 만일 내가 누군가의 집에 드나들지 않았다면, 너는 나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슬프게 한다.(......) 사실 사랑에 빠진 자가 원하는 것은 사랑받는 자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르트르<존재와 무> - p136
잊지 말자. 불교에서 모든 요동치는 마음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부로부터 요동치는 마음은 극복의 대상이었지만, 외부로 인해 요동치는 마음은 긍정의 대상이었다. - p200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의식적 정서, 즉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 p208
현은 어둠을 상징한다. 물론 이것은 덕으로 얻으려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의미한다. - p270
기존의 모든 것을 뒤흔들 만한 사건, 자신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사건을 만났을 때,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충실해야 한다. 주체는 바로 이런 충실성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