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두려워 말라
박동규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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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이나 촉각 또는 후각에 이르기까지 감각어의 종류는 다양하고, 이 감각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야말로 ‘자신만이 느낀 것’을 표현해내는 좋은 자료와 도구가 될 수 있다. : p114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에 대해 쓸지를 분명히 결정하는 일이다. ‘무엇’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우선 소재로서의 무엇, 제재로서의 무엇, 그리고 주제로서의 무엇이 그것이다. : p163
 

무슨 글을 쓰고자 할 때마다 나는 이 체험에서 얻은 교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롭게 깨닫곤 한다... 내가 글을 쓰지 못하고 운동장으로 끌려나가게 된 것은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제재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비록 거지가족의 생할에 대한 소재(subject matter)는 가지고 있었으나 글의 내용이 될 수 있는 소재로서의 의미를 그 속에서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들을 어떻게 조직적인 하나의 글로 만드느냐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이다. : p167
 

“일기를 쓰기 전에 너는 그날 하루의 일과를 되돌아볼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곳엘 갔으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너는 그중 단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일기를 써보도록 해라. 웃기는 말을 했던 한 친구에 대해, 지겨웠던 국어학개론 시간의 강의실 정경에 대해, 또는 때를 놓쳐 혼자서 늦게 핀 뒷동산의 여름장미에 대해, 심지어는 담벼락에 붙어 있던 지저분한 영화 포스터의 구도에 대해서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에 대해서만 오래 생각하고 글을 써보도록 해라. 너는 매일같이 만나는 것들이 똑같아서 며칠 쓰고 나니 금방 쓸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런 식으로 매일 한 가지씩 쓸 것을 고르다보면 너는 네가 매일같이 만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너는 1년 내내 일기를 써도 그것들을 다 쓸 수 없을 것이다.”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학생은 참으로 밝은 얼굴을 하고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한 것처럼 내게 말했다.

“선생님의 말대로 매일같이 제가 만나는 것들 중에서 단 한 가지씩만 쓸 것을 골라 거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 후 일기를 썼습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하루 종일 있었던 그 많은 일들에 대해 쓰는 것보다 그중의 단 한 가지에 대해 쓰는 것이 오히려 쓸거리가 더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한결 글쓰기가 쉬워졌습니다. 매일같이 같은 내용을 쓰는 일은 물론 없어졌고요. 그리고 어떤 한 가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사물의 겉모습만 그려보는 데 급급하던 제가 이제는 제법 그 속에 감추어진 의미까지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p186

어려운 개념이나 난해한 표현으로 글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쓸데없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서이다. 이런 서두를 보면 독자는 절망한다. 혹은 비웃는다. 서론이 이 정도니 그 뒤의 내용은 보나마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집어던지게 될 것이다.

가벼운 내용을 쓸데없이 무거운 내용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거운 내용이라 하여도 가벼운 내용으로 바꾸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학자와 같이 생각하고 대중과 같이 말하라는 말이 있다. 생각은 깊이 하되 표현은 쉽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론은 무엇보다도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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