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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그런 짓은 애완 동물에게 야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완 동물도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더욱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내 말뜻은 굳이 천박하게 말하라는 게 아니라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는 것이다. 낱말을 선택할 때의 기본적인 규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른 낱말이 생생하고 상황에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낱말을 써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서 이리저리 궁리하기 시작하면 곧 다른 낱말이 생각나겠지만 - 다른 낱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그것은 처음 떠오른 낱말만큼 훌륭하지도 않겠거니와 여러분이 정말 말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 것이다. : p141
동사에는 능동태와 수동태 두 종류가 있다. 능동태는 문장의 주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수동태는 문장의 주어에게 어떤 행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주어는 그저 당하고 있을 뿐이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 : p148
수동태는 구두약으로 수염을 그린 소년들, 또는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는 소녀들에게나 어울린다. 한편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 p150
내가 보기에 소설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A 지점에서 B 지점을 거쳐 마침내 Z지점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narration), 독자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묘사(description),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대화(dialogue)가 그것이다. : p199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체의 수많은 결점들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반면에 거짓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큰 결점이다. 거짓말쟁이가 잘 산다는 말은 어김없는 진실이지만 그것은 대체로 그렇다는 뜻일 뿐, 막상 창작이라는 정글 속으로 들어서면 한 번에 한 단어씩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쓰면서 자기가 알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 p212
직유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비유적 표현은 소설의 주된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쓰는 것도 즐겁고 읽는 것도 즐겁다. 적확한 직유법은 낯선 사람들 틈에서 옛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을 준다. 서로 무관한 두 사물을 - 식당과 동굴을, 거울과 신기루를 - 나란히 놓고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낯이근 사물들을 참신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p218
묘사를 잘하는 비결은 명료한 관찰력과 명료한 글쓰기인데, 여기서 명료한 글쓰기란 신선한 이미지와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 p220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는 것이다. : p221
대화문을 잘 쓰는 작가들은 대개 남들과 어울리면서 말하고 듣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특히 듣기가 중요한데,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억양이나 리듬이나 사투리나 속어 따위를 주워들어야 하는 것이다. : p224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망치로 엄지를 내리쳤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점잖은 체면 때문에 '이런 제기랄!" 대신 '어마나 아파라!" 라고 쓴다면 그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무언의 약속을 어기는 짓이다. 여러분은 꾸며낸 이야기를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의 진실을 표현하겠다고 이미 독자들에게 약속한 셈이니까. : p229
내 경우에,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등장 인물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느냐 하는 문제는 순전히 소설을 쓰면서 내가 그들에 대하여 어떤 사실들을 발견하느냐에 달렸다. 바꿔 말하면 그들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가끔은 약간의 발전으로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이 발전할 때는 등장 인물이 오히려 이야기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나는 거의 언제나 어떤 상황을 가지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 p233
상징성은 여러분과 독자들에게 하나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더욱 통일성 있고 재미있는 작품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p246
초고를 쓰는 도중이나 그 직후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작품을 수정하면서 해야 할 일은 그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 p247
처음부터 이런 문제나 주제 의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의 지름길이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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