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책정리를 한다.. 난 책 욕심이 유난해서 서른이 넘기 전까지는 단 한권의 책도 버릴줄 모르고 아버지가 보던 책까지 모아왔다.. 그러다 보니 이사 한 번 할때마다 이삿짐 나르던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고는 한다.. 책 장에 꽂혀 있을 때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던 책이 꺼내 놓으면 왜 그렇게 엄청난지..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슬슬 안보는 책은 정리하고 있다.. 몇 년 동안 한 줄 읽혀지지 않다가 그렇게 그냥 폐지로 버려지는 타인의 정신들.. 그런데 그렇게 한 번씩 정리하고 나면 웬지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곤한다... 언젠간 그 쪽 분야에도 관심이 생길거야.. 그리고 저 책도 필요한 책이 되겠지 하고 버리지 않던 책들이 이젠 문득 내가 저 책까지 볼 수 있을까.. 보고 싶은 책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뀐것이다.

참 별일 가지고도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이 흐는걸 느끼게 된다..

 

젊을 땐  불안하고 구차하지만 희망만은 넘치고 흘럿던 듯 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넘치고 흘렀던 희망이 자꾸 세월의 볕으로 메마르는 과정인가도 싶다.. 아직도 젊다고는 할 수 있지만 책을 버리며 쓸 때 없이 차고 넘친 희망을 버릴 만큼 나이를 먹은거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버리는 희망만큼 명확해지는 호불호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리라.. 그렇게 한 쪽을 비워 한 쪽을 채워가는 것이 삶인가..

 

박완서의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러저런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된다.. 가족이란 굴레 일까 아니면 아니면 마음의 힘일까.. 내 생활의 거의 전부를 투자해서 벌고 쓰는 돈은 또 무얼까.. 목적일까 과정일까.. 죽는 다는 건 개인적인걸까 아니면 사회적인 걸까..  그렇게 박완서의 소설은 일상의 화두를 던지고 또 개연성있는 하나의 삶을 보여준다.. 소설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진 성공하고 잘 나가고 부유한 사람들이란 건 어쩌면 역설적으로 이 소설이 던지는 화두들을 더 진솔하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그들의 행태가 가난 때문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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