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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 들러 오랜만에 소설 몇권을 골라든다..
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을까.. "백수"라는 말은 웬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안도감인가.. 어쩌면 부러움일지도 모르겠다.. 그 단어에선 자유의 향기가 풍긴다..
아무튼 오랜만에 소설 한권을 들고 연휴를 보낸다.. 자주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긴다.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 빛 바랜 사진만은 아니다..
낯선곳에서 문득 들어간 중국집 짜장면에서, 혹은 딱 해질녁의 살갗에 와 닻는 바람에서,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집어 든 소설 한 권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소설속에 주인공은 특별한 희망도 꿈도 세상과의 타협도 없이 그저 책속에서 행복을 찾는 스믈여덟의 여자이다.. 그녀는 마치 막막한 모래사장에서 반짝이는 돌을 줍듯이 자신만이 찾아낼 수 있는 여러 소설가들의 번뜩임을 찾아내고 기억한다..그리고 딱 그만큼만을 욕망한다.. 그녀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올라간 적이 없으므로.
절망할 일도 없다. 희망한 적이 없으므로.. 그렇게 빨리 나이를 먹고 그저 지금처럼 늙기를 바란다..
내가 나이를 더 먹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향수보다는 더더욱 두꺼워진 생활의 껍질속에서 그냥 책장을 덮지는 않았을까.. 소설속의 주인공은 희망하지 않음으로 세상에 대하여 반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든 건 읽는자의 몫이리라.. 세월의 흐름속에서 어느곳에서 만나느냐가 사실은 대부분을 결정짓는 일이다.. 사람이건 글이건 인연이건..
이 소설때문에 아마도 당분간은 소설을 읽게되지 않을까 싶다.. 백수처럼..
p236 "인생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