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 읽고 쓰고 만나는 책방지기의 문장일기
구선아 지음, 임진아 그림 / 해의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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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숨가쁜 세상에 살면서 이 책의 저자가 다듬은 문장의 연결과 틈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습니다. 시도와 실패 사이를 어려서부터 고민해본 적이 없기에 저자의 "'나'와 '나는'의 다름, '콤마'와 '마침표'의 다름"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 깊은 대목이었습니다. 그 다름의 중대함은 다른 사람과 나에게 얼마만큼일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하는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반복되는 실패의 두려움과 담담함이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의 소중함에 대한 부분이 뭉클하게 가슴 속에서 느껴졌습니다. 특히 자신의 실패 소식을 매일 마중하고, 배웅하는 기분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형태를 찾아 살아나가면서 구보가 소설을 쓰듯, 내가 이 글을 쓰듯'이라는 문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요즘 사회적거리 두기가 코로나19때문에 더욱 활발해졌는데 '도시에서 만나는 수많은 익명의 그와 그녀와도. 나만의 사회적 거리를 두며 타인으로부터의 애정보다 나로부터의 애정을 쌓는다'라는 문장을 통해 이번 기회에 사회의 안전과 더불어 나를 위한 삶, 나를 돌보는 삶이 되기 위해 이렇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음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기 눈동자의 빛의 색을 더욱 깨끗하게 갈고닦는 것, 몸의 노화는 멈출 수 없지만 마음의 쇠퇴는 멈출 수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이도 마음이란 갈고닦을 수 있고 그것은 자기 눈동자에 나타난다"란 인용구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강요당하는 허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저자의 말에 정말 격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와 약해지는 생명 속에서 피어나는 가을크로커스와 가을시간너머 꽃과 같이, 까탈스러운 추위와 얼음 서리를 뚫고 피어나는 수선화와 같이'라는 부분과 같이 정말 마음을 위로해주는 문장들로 가득차 있기에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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