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 어렸을 때로 돌아가보면 한국사 시간에 '직지심체요절'에 대해 배웠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금속활자가 얼마나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보다는 시험에 나올 내용만 외워야 겠다고 생각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우리 조상의 자랑스런 발명이란 것만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직지심체요절'이 김진명 작가의 섬세한 필력과 미스터리한 상상력과 만나 멋진 소설 작품으로 탄생했다는 것에서 무척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전형우 교수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시작되는 중세의 미스터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속활자보다 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인쇄술의 혁신자로 불리는 독일의 구텐베르크에게 누가 감히 고려의 '직지' 인쇄술을 전수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청주 대 독일 마인츠'의 심포지엄을 써내려간 작가의 생동감 있는 문체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는데요. "독일은 직지의 씨앗을 인정하고, 한국은 독일의 열매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말하는 기연의 발언에 있어서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 책은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전 교수가 피살되면서 교황청 편지의 해독을 피살동기로부터 김교수, 직지 연구자들, 외국인 등으로 용의자들을 추추정해오면서 어느 한 부분도 지루하지 않았고 엄청난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뛰어난 전개 구성력인 것 같습니다. 또한 교황청 편지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었을 비밀을 죽음의 이유로 수정한 후로 카레나가 누구이고 전 교수의 죽음과 언떤 관련이 있을지에 대해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코리아에서 온 두 승려에 관한 진실이 금속활자와 어떠한 연결관계가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되어 직지의 2편이 기다려졌습니다. 중세시대 교황의 편지에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하고 예측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정말 가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