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양태종 지음 / 윌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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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떠도는 별빛 같은 색으로 해주세요" 무심코 열어본 페이지에는 페이팅 주문으로 들어온 손님의 어려운 메시지를 응시하는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책은 한 편의 수채화가 서울의 풍경을 그리고 있으며 거기에 담긴 양태종 저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보는 세상의 시선으로 저녁의 색채를 아름답게 채우고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매달 서울에서 살고 있지 않지만 매달 서울에 자주 다녀오면서 느꼈던 점들이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마주가 되어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이 책의 부드러운 힘에 감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사람의 개인적인 에세이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노울이 질 무렵부터 밤하늘에 별이 빛날 때까지 우리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자전거 위에 앉아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저자의 섬세함과 넓은 마음이 읽는 내내 전달되어 싱그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순간을 일깨워 주며 굳어 있던 감정을 말랑말랑하게 해주기 때문에 사는 게 답답하고 느끼는 친구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자신의 하루가 다른 사람들의 이름들로 무겁게 가득 채우며 마무리되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에 자주 가는 저에게는 매일 닉네임을 부르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배달하는 김 씨와 비슷하게 느껴져 이들이 부른 이름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아닌 남으로 채워진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주체적이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자주 오시는 택배 기사님이 전화 너머에 제 이름을 외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무렵에 '기사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셨을까?'라는 생각을 실제로 해보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처럼 각자 자신의 둥그런 자전거 바퀴가 굴러갔던 횟수만큼 여러편의 모노드라마가 펼쳐지는 체험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연습했던 과정들이 스치듯이 지나가 뭉클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집의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어 우리 동네를 달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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