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AI - 딥페이크부터 로봇 의사까지, 인공지능 윤리를 위한 일곱 가지 물음
월터 시넛 암스트롱.재나 셰익 보그.빈센트 코니처 지음, 박초월 옮김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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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AI 윤리’ 분야를 연구해 온 신경과학자, 컴퓨터과학자 셋이 함께 쓴 책이다. 총 7장으로 1장에서 인공지능을 소개하고 이후 각 장에서 안전, 프라이버시, 공정성, 책임, 도덕성 등의 관점에서 AI 윤리를 논의하며 마지막에는 우리의 행동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었다. 공포의 근원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었는데, AI를 이용한 결과가 예측 불가하다는 점이다. 선한 의도로 AI가 만들어졌지만 그 결과까지 좋을 거라는 확신이 없는, 나아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무서웠다. 우리는 현재 AI를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AI의 발전이나 지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이야기 한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앞다투어 비용과 효율성만 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그 기술이 야기하는 결과나 그로 인한 희생에 대한 논의는 쏙 빠진다. 이 책에서도 우려하는 것처럼 이미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난 뒤에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문제는 이미 발생한 뒤이며, 어쩌면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AI 윤리가 계속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는 AI가 더이상 생소한 단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삶에 한 뼘 가까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야에서 AI를 접목시켜 사용되고 있으며 AI 툴 역시 다양해졌다. 가까워진 만큼 우리가 이것들을 사용했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지 고민해 보면 좋지 않을까. 추천 대상을 특정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고민해보기 위해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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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데모 - 데모하러 간다 아무튼 시리즈 63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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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읽기 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책이 있듯이 알기 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작가가 있다. 정보라가 나에게 그런 존재다.

시작은 단순 호기심이었다. 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
지난주 금요일(14일) 책방 밀물에서 열린 정소연x정보라 소설가 북토크에 참석했다. 이전까지 작가의 이름만 알뿐 그녀의 책을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구매한 책이 너의 유토피아 였기에, 그게 이유였다.

북토크에서 내가 기억하는 건 신작도, 작품의 세계관도 아닌 정보라 작가의 일상이었다. 시위, 집회, 비정규직, 대량해고 등등. 길지 않게 중간중간 언급되었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보라 작가를 떠올리면 '저주토끼'를 많이 떠올릴 것 같다. 이 책으로 부커상 후보에까지 올랐으니. 하지만 나는 다른 시작을 선택했다. '아무튼, 데모'. 책 디자인 붉으스름한 게 주제에 잘 맞아 보인다. 자고로 혁명의 퍼스널컬러는 붉은 색이지 ㅋㅋㅋㅋㅋㅋ.

책은 '준비물'이라는 글로 가볍게 시작한다. 시위, 집회에 참석할 때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가장 앞에 싣지 않았을까. 그 뒤로 이태원, 세월호, 전장연 관련 집회, 행진, 오체투지 등등 저자가 참여한 시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북토크에서 언급했던 시위 내용도 더 자세히 들어있어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읽었다.

어떤 책은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나에게는 사회과학 책이 그러한데, 이 책은 에세이로 쓰인 사회과학 책같다. 그렇다면 읽기 힘들고 지루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여러 집회 속 비하인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따라 가다보면 우리나라의 인권 역사? 변곡점들을 톺아보는 기분이 든다.

『아무튼, 데모』를 읽고 작가의 인터뷰도 몇 개를 찾아 읽어봤는데 글로 투쟁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얼마 전 읽었던 『책 고르는 책』에서 손민규 저자가 정보라 작가를 응원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왜인지도 알 것 같다. 나도 읽어서 응원해야지!!!

정보라 작가의 대표작으로 볼 수 있는 『저주 토끼』로 입문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자의 글이 지향하는 방향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무튼, 데모』를 권하고 싶다.


📢 TMI.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 상과 2023 전미번역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신작 『너의 유토피아』는 3대 SF 문학상 '필립 K. 딕 상' 후보에 올랐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이다.


📚 연장 독서
《저주 토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너의 유토피아》


#아무튼,데모 #정보라 #위고 #에세이 #아무튼시리즈
#에세이추천 #책추천 #책리뷰 #독서기록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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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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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기대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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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2025.상반기 - 제51권 1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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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잡지를 가끔 읽는 편이다. 민음사 <릿터>와 은행나무 <Axt>. 그간 내가 읽어왔던 문학 잡지와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어른의 느낌이었달까? 아니나 다를까 오랜 역사를 가진 문예지였다. 50여 년 동안 쌓여온 시간은 굳이 명명해서 드러내지 않아도 정체성으로 은연중에 드러나는 건가 보다.

책 디자인에서부터 출판사와 문예지가 지향하는 방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책. 군더더기 없이 문학과 비평을 담았다. 현혹하고 장식하는 것들이 빠졌기에 작가,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잘 수행한다고 느꼈다. 내가 읽었던 문예지들은 큰 주제를 표지에 박아놓고 시작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한계를 두지 않아 더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년 하반기 최고 화제이자 국민의 기쁨이었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단상과 함께 이번 호에 어떤 이야기들을 담았는지 짧게 소개하는 편집위원의 글로 시작한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비교하여 한국 문학이 수상하게 된 맥락과 의의에 대한 내용을 인상깊게 읽었다.(괜히 뿌듯해지는 마음은 덤?!ㅋㅋㅋㅋㅋ)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시인 라인업이었다. 특히 정호승 시인의 신작시 특집이라니... 이걸로 난 충분했다. 신작시 5편과 더불어 해설이 함께 실려 있는데 정호승 시인의 팬에게 충분히 선물이 되지 않을까? 물론, 함께 실린 다른 시인들의 시 역시 괜찮았다.

<위대한 그의 빛>, <대온실 수리 보고서>에 대한 비평도 흥미롭게 읽었다. <위대한 그의 빛>을 작년에 읽었을 때 생각보다 실망을 좀 했는데 이번 호에 실린 비평을 읽으면서 재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비평이나 리뷰를 읽으면 지나간 작품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나 보다.

위에는 말한 내용 외에도 중편, 단편 소설, 좌담, 고전 리뷰, 문화 비평 등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재밌게 읽을 것이다. 이제 막 책을 읽으려는데 어떤 장르를 읽을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지, 문학계는 어떤 화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등이 궁금한 사람들도 이번 문예지로 한국문학에 진입해보면 어떨까?

📢 TMI.
『한국 문학』은 출판사 한국문학에서 1973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순수 문예지이다. 상반기/하반기로 발행되고 있다.

#한국문학320호 #2025한국문학상반기호 #한국문학사 #문학잡지 #문예지 #서평단 #도서지원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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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길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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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한길사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 TMI.
저자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 작가이지만 주로 영어로 작품을 썼고, 이 책이 작가의 첫 독일어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였다.🙊


💬 짧은 줄거리.
이 책은 (무려 33살 차이...) 한스와 카라리나, 두 사람간의 지질하고 폭력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은 베를린 장벽이 있던 1986년부터 장벽이 무너진 1992년이며, 동독의 베를린에서 사건이 주로 펼쳐진다.


📍 한줄평.
새해부터 지독한 사랑이야기를 만났다.


💭 리뷰.
오랜만에 속이 썩는 기분을 느끼며 읽었다.(과몰입러들은 화병날수도?!) 두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과 태도는 지독하다 못해 처절하게 느껴졌다.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터져나와, 상대방을 잘못된 방향으로 내몰고 상처입히는 모습. 섹슈얼한 느낌이 들었던 초반과 달리 파국을 맞은 후 뒤로 갈수록 두 주인공의 엉망진창인 사랑이 안쓰럽게 느껴진 건... 좋아한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사랑을 용인하던 20대 초반의 나의 연애 경험이 생각나서일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랑이라는 상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제 3자의 입장인 독자(나)가 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가 사랑이라 칭하기 어려운 행동들 투성이지만 당사자들은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는 사랑을 그만 두지 못한다. 한스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정말이지... 너무 하남자였어ㅠㅠ. 33살이나 많은데!!!) 한스의 정신적 학대를 받아들이고 그를 놓지 못하 카타리나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이별하면 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착각하던 때도 있었고, 다 내 잘못이네 라며 '을'을 자초했을 때도 있었으니까.

사랑의 무서운 점은 제대로된 사랑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겪는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를 앞세워 모든 걸 받아줘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이성적 판단이 줄어들어 어쩔줄 몰라하며 다치고 깨지고 상처입히면서 서서히 경험이 축적되어 사랑관이 형성되기에. 적어도 나의 어린 연애는 그랬다.

저자는 '사랑과, 사랑을 완전히 봉쇄된 시스템으로 만들려는 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의 편지에 적었는데, 아마도 한스가 했던 시도는 결국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 봉쇄하기 위한 시도들이 결국 사랑을 부쉈으니까.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독일의 과도기적 시대상과 한스와 카타리나의 사랑이야기가 별개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 소설은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과도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였지만 이러한 인상을 책으로부터 많이 받지 못했다. 두번째 상자의 뒷부분에 격변하는 동독 사회가 서술되어 있지만 이 부분이 카타리나와 한스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졌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년에 읽었던 <사랑과 결함>이라는 소설집이 떠올라 '함께 재독해야겠다' 생각했다. 미숙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특히나 사랑하는 내 모습이 예뻐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추가로 독서모임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저자의 '모든 저녁이 저물 때'(a.k.a '모저저')라는 작품을 강추하였는데 이 책도 추가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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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저녁 시간, 그녀에게 엄청난 행운으로, 불행으로, 그리고 의문으로 마주 앉은 이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깨닫는다. 삶은 이제 시작되었음을, 다른 모든 것은 그저 준비에 불과했음을. (30p)

🔖 한스는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한다. 그리움이 정말 아프다는 것을. 아픈 부위를 지정할 수 없을 뿐. 그 아픔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영혼이 살았던 횡격막에 있을까, 아니면 며칠 전부터 자꾸 리듬을 벗어나는 심장에 있을까, 아니면 꺾여버린 듯한 호흡에 있을까? (118p)

🔖 상대를 슬프게 할지도 모르는 것을 히파다 보면, 갑자기 슬픔이 그들 사이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는 이제 끝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그런 다음 점점 확고하게 현재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 만큼 나이가 들었다. (156p)

🔖 모든 것은 늘 양면성을 갖는다. 그냥 두 가지 면만 가질까? 죄와 공로는 생각보다 자주 하나의 이름 아래 만난다. 하나를 다른 하나를 통해 확대하거나 축소하지 않기. 둘을 그냥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기기. 불균형만으로도 어느 날 운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와 불균형과 기다림 안에 에너지가 축적된다. 거기서 은밀히 희망과 분노가 자란다. 따라서 참을 수 없는 것을 많아지게 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기회주의일까?(229p)

🔖 어쨌든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지키는 일에 적극 협력하려 한다. 적어도 남은 사랑이라도 지키고자. (252p)

🔖그러나 누락하고, 침묵하고, 회피하는 가운데 누락된 것, 침묵된 것, 회피된 것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영원히 간직된다. (275p)

🔖 겉은 빛나고 속은 폐허다. (310p)

🔖 어쨌든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지키는 일에 적극 협력하려 한다. 적어도 남은 사랑이라도 지키고자. (252p)

🔖 기이하다. 그 자체로는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시간은 불행한 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보인다. 마치 불행이 시간의 옷을 입은 것처럼. 그러나 동시에 이런 불행은 껍데기로만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알맹이라서, 한번 생겨나면 자신의 길을 가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존재다. (316p)

한 명의 좋은 독일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쁜 독서 경험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



#카이로스 #예니에르펜베 #한길사 #독일소설 #장편소설
#일파만파독서모임 #도서지원 #서평단 #책추천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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