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셸리
이정연 지음 / 산지니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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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불온한 희망에서 완전한 희망으로


#샐리 아니 #셸리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을 때 제목에 제일 먼저 눈이 갔다. re,셸리? 샐리도 아니고 셸리? 다시 셸리에게 돌아간다는 걸까, 셸리가 된다는 걸까, 셸리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길래 re가 붙었을까 등등, 끝도 없는 궁금증으로 이어져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책. 이책의 시작이었다.


#윤지홍
re,셸리는 윤지홍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평범한, 아니 어쩌면 조금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한 삶이었다. 장애물이 턱턱 걸렸고, 제대로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고단하고 피곤한 삶. 그래서 끊임없이 탈출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불온한희망
📖 재욱이 더욱 잘되게 하고, 그래서 내가 나아지는 것. 그건 누구도 아닌 내가 할 일이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거였다. ___79p

위로 올라가겠다는 목표, 그것을 위해 저 사람을 이용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그에 수반하는 비윤리적 선택과 행동들, 자신을 변호하고 합리화하는 변명들, 모순된 생각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라며 쯧쯧거렸다. 그러나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녀의 모든 것들이 발버둥처럼 느껴져 쉽사리 그녀를 책망할 수 없었다. 지홍의 행동과 노력이 우습다는 듯이 절망적인 상황이 짜잔하고 나타나고, 자신이 이용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실 그녀를 배신하고, 이용하고, 버린다. 생의 무게를 다른 이와 나눠지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걸 보면 누군가에게 편승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쉽게 부서질 수 있는 희망인지 느낄 수 있다.


#완전한희망 #re라는의미
📖 대학 신입생 때 했던 연극에서의 셸리처럼 잡지 못할 꿈을 꾸며 경쾌한 스텝을 밟는 순수한 나로 돌아가야 한다. ___226p

📖 어설픈 거래로 조금 빨리 올라간다 해도 그에게 갚을 빚이 늘어나니 그건 결코 배려가 아니었다. (...) 사회생활에서 거래는 무언가를 받으면 갚을 게 생긴다는 의미였다. 승진을 꿈꾸며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잘 보이려고 노동과 시간을 제공하도 발등을 찍었던 날을 곱씹었다. ___246p

번번이 엉망으로 치닫는 지홍의 상황을 보면서 끝까지 이러려나 싶었다. '그러면 재미없는데' 라며 책장을 계속 넘겼다. 그러나 후반부 지홍은 다른 방향을 보기 시작하고 문제와 제대로 마주선다.
처음 셸리가 나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그저 밝고 경쾌한 인물상에 대한 지홍의 이상향, 동경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변하는 지홍의 태도와 선택,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로 잡으려는 발버둥을 보면서 비로소 제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거리를 뒀을 법한, 나의 가치관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그녀였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당황스러웠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불쾌하기보다 걱정되었다. 20년 남짓한 세월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개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따라가다 보니 이야기는 후루룩 끝나있었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더운데, 서늘한, 어쩌면 찌릿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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