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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ㅣ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5
펄 S.벅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4년 1월
평점 :
누구나에겐 단 한가지라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 지는 것이 있을것이다. 펄.S.벅의 '대지'란 작품에서 등장하는 왕룽이라는 인물에게 있어선, 앞의 것과 같은것이 '땅'이었다. 모든 생명이 시작하고, 그것의 숨이 다하면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왕룽은 본디 가난한 농부의 잘날것 없는 아들이었다. 그에게 형제들이 있었음은 분명하지만 생사를 알수 없었으므로, '늙은이'라고 불리우는 왕룽의 아버지는 대를 이어받은 가난함 속에서 찻잎한장 넣기 벌벌떠는 왕룽에 의해 모셔진다.
이야기는 어찌보면 소심한 농사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왕룽의 결혼하는 날 부터 시작된다. 그의 새로운 인생을 암시하듯이- 그의 처는 '오란'이라는 곱지도 밉지도 않은 성내 황부자댁 종이었다. 원래 왕룽의 처지가 보잘것 없던지라 아무리 부엌대기만 하고 있었던 신분낮고 미천한 종이라 해도 왕룽에게는 감지덕지 했다. 하지만 오란과 함께 새로운 가정이란 것을 꾸려나가게 된 왕룽은 난생 처음 자식탄생의 기쁨도 맛보고, 살림이 점차 펴나가게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마침내 수없이 많던 은전을 그가 아내를 맞이하던 그날, 황부자댁 문지기에게 조차 무시를 당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황부자댁 땅'과 바꾸게 되고, 이 때부터 땅은 그의 분신이요, 생명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펄벅의 이야기는 한없이 거친 길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연이은 흉년에 따른 마을의 굶주림, 결국 왕룽역시 먹을것이 풍족하다는 남쪽으로 함께 떠나게 되고, 하루벌어 하루먹는 삶을 간신히 연명하며, 어린 천치딸을 그의 부인의 처지와 같게, 팔아버릴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왕룽, 그에게는 땅이 있었다. 어떤 금은보화도 부럽지 않은, 그의 모든것인 '땅'이.
결국 그는 이 모든것을 기반으로 삼아 드디어 땅 뿐만아니라 바라는건 모두 할수 있을 정도의 갑부가 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감을 맛볼수 없었으니...
왕룽, 그에게 있어선 땅은 어머니요, 인생의 터전이었으니- 땅을 그냥 밟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 우리에게는 왕룽의 그러한 사방으로 꽉 막힌듯한 처사가 마음이 들지도 않을 수가 있다. 또한 그의 부인 오란도,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죽을때까지 왕룽에게 헌신하고 받든것이 답답할 정도의 그러한 여자였다.
아무리 이 책이 펄벅에겐 노벨상 수상의 영광과 명예와 부를 안겨다준 책이라 할 지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답답할수 있는 부분도 참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공감같은것은 어쩔 수 없었다. 땅을 믿고, 땅에 의지하고, 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며, 죽어서도 땅을 지켜주고 싶은 천상농군 왕룽의 삶이 애처로워서 였을까. 그렇게도 묵묵히 남편 곁과 자식 옆만을 지켜온 오란의 마음에 가슴이 시려서 였을까.
내 발밑의 대지가 왠지 특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