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것들
이윤주(소년정독) 지음 / 스칼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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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면 좋을까, 이 먹먹함을.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이리 늦게 읽지 않았을텐데.
왜 처음의 그 느낌을 따르지 못했을까 왜?!!
오늘 시작했는데, 저녁 밥도 굶어가며 미친듯이 읽었다. 밥먹는 게 아까워서 끝이 너무 궁금해서 미친듯이 읽었다.
미친듯한 몰입감,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손에서 눈에서 뗄 수 없게 했던.
내 베스트, 내 소중한 책. '무정' 이후 2권을 온전히 소유하기로한 간만의 귀한 책.
 
선일과 사해의 첫사랑 이야기이자,
나의 첫 사랑이야기이고, 너의 첫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는.
참 많이 부족하고 불안하고 너무 벅차서 차마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던 그 설익은 첫사랑으로 인해
아쉽게 보내고, 보내지고, 밀려났던 그런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선일의 이야기에서, 사해의 이야기에서 같이 더불어 묻어나
자꾸만 가슴이 아프고 눈물나다가 한숨쉬고 아쉬웠다.
 
결과를 알았더라면 덜 상처받았을까, 그때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을까.
이어지지 않아서, 어긋나서, 아쉬웠을 수도 있고
차라리 이어지지 않아서, 어긋나서 다행이었을 수도 있는
우리의 어린 사랑들.
 
나는 '정지된 것들'을 통해 뒤돌아보고 떠올리고 아파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결국엔 그립다.
 
"난 그 사람한테서 못 벗어나. 그도 마찬가지야. 그가 날 잊어도 난 그의 것이고 내가 그를 버려도 그는 내 것이야. 그래서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날 운명인거야."
그런 자신감으로 멀리 떨어져 보지 않아도 믿고 기다리고 신뢰했던 선일과 사해.
너무 철없던 시절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만났던 그들이라
그들이 서로 멀어져 있는 동안 서로에게 갖는 이 무한한 신뢰가 더욱 귀하고 소중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다른 장소에 다른 시간 속에 있었을 지라도, 그 '정지된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죽도록 성장했기에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그러기에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었다.
 
"파도가 높은 건 쉴 수 없기 때문이야. 밀려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라고 서로의 멀었던 시간을 묘사할 줄 아는 근사한 어른이 된 선일.
그렇게 말할 줄 아는 그를 어떻게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성장하는 모습을.? 
 
"사해"
너는 나의 무엇이었을까.
선일에게 사해는, 죽음의 dead sea가 아니라 생명 그 자체였을 것이다.
선일을 살아가게 하는, 자라게 하는, 어른이 되게 하고 더 괜찮은 완전한 남자가 되게 만드는 그런 생명이었을테지.
 
모든 걸 다 갖추고도 그에겐 사해가 가장 완벽한 존재이고 완전한 반쪽이라니.
이거 너무 근사하잖아!
..
p.s. 나에게 심슨의 리사 인형을 사줬던 그는, 그는 나의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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