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
이조영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느낌이 참 좋은 - 그런 책을 읽었다.
서평을 통해 받은 책이라, 좀 더 냉정해지려고 나름 애티튜드를 가열차게 정돈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열며, 혼잣말로 '흥미로운데..?' 하다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흥, 좋다.' 라고 말했다.

잠비. 잠자라고 오는 비. rain that helps someone sleep.
어떤 느낌일까?
보슬보슬 평화로워 잔잔하니 자장가처럼 잠이 오게 만드는 그런 비가 상상이 되지 않나?

동생의 죽음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형에게,
태라는 그렇게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있게 하는 잠비같다.

세 사람의 목숨을 뺏어야 저주가 풀리는 살인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태라.
아빠가 죽었을 땐 절망했고 건우가 죽었을 땐 죄책감에 숨죽였지만 건형이가 죽을까봐 숨이 안쉬어질 정도로 두렵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을까봐. 아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모두 잃을까봐.
그것도 내 운명 때문에, 내 저주받은 운명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조영 님의 필력을 처음이지만 완전히 반해 버렸다.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공감가면서 함께 느끼게 만드는 그 스토리 텔링.
건형이와 태라의 말을 번갈아 쓰면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그 외 주변인들의 캐릭터에 딱 맞게 어쩌면 그리 말투며 행동을 잘 그려 내셨는지.
짜증나는 조연들의 행동이나 말투에도 오버가 더해지거나 무성의하게 대충 얼버무린 느낌이 없는..
아, 뭐랄까
작가님은 책 속에서 주연은 주연답게 충실하고 조연은 또한 조연답게 성의있게 잘 그려내셨다. - 고 말하면 설명이 될까.
그래서 미운 놈은 밉게, 이쁜 놈은 이쁘게 그렇게 느껴진다. 딱 그렇게.

종교도 그렇지만, 운명론 - 그런 것을 좀 믿는 나이기 때문에
태라의 입장에서, 태라 엄마의 입장에서 그리고 태라를 사랑하는 건형이의 입장에서
나는 글을 읽는 내내 - 서스펜스 액션 로망도 아닌데, "사주" 라는 이 묵직한 내용을 어떻게 풀어 내실까 흥미진진했다.
나라면 내가 태라라면, 나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데 어떻게 행동할까.
내가 건형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데
확실하지 않은 운명 때문에 그걸 포기하거나,
포기하지 않더라면, 결국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상대를 원망하게 되지 않을까?

참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를,
참 현실적으로 담담하면서도 따뜻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리고 역시나 재미있게 풀어 내셨다.
어쩌면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분명 해피엔딩일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

간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이 바쁜 와중에서도..

이조영님 다음 작품, 난 기꺼이 기대한다.



*  '본 서평은 디앤씨미디어 파피 로맨스 카페의 리뷰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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