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vie 246
정원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등장인물 한명 한명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은 또 처음이다.
 
go staraightforwardly - 난 너밖에 안보이고 너만을 향해 가고 있어 - 라는 민혁이 좋았고
바람핀 남편에게 내 식으로 끝내지 않으면 빼도박도 못하게 널 괴롭혀주겠어! - 라는 혜린이 좋았고
진실이 묻어나는, 연륜과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혜린의 모, 기순의 행동과 말도 너무  좋았고,
오오 - 라며 수시로 아무것에나 신기한 듯 감탄하는 꼬맹이 준영이도 너무 귀엽고,
하다못해, 혜린과 민혁의 사랑을 방해하는 민혁 모 - 연희마저도,
그 캐릭터가 가져야할 입장에서의 롤역할을 적합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민혁. 베라호텔 베라건설 등 베라그룹 차기 회장이자 현재는 베라건설 대표. 31살.
어릴 때부터 개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그라, 자신이 잘못한 것에 있어 책임질줄 알지만 타인에게는 정이 없는 남자.
그의 눈앞에 기절을 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않는, 파삭하게 마른 하얀 인형같던 진혜린이 나타난다.
 
한량 아빠한테 질려, 더벅머리가 풋풋하니 자신 앞에 눈도 잘 못마주치던 순진한 첫사랑과 결혼했다.
그리고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걸 보고 그동안 현모양처로 애써 만족하며 살았던 서른 살 유부녀였던 진혜린은
흔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일으켜 세우며 5살 준영이에게 멋진 엄마로 다시 살아보자 한다.
최소한, 자신의 끔찍한 치부를 자꾸 떠올리게 하는 우민혁이란 남자가
어떡하면 그만둘래! 라는 외침에도 꿋꿋이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지만 않는다면 살법도 할 만했는데..
 
한권을 읽는 내내, 정원 작가가 선택한 독특한 단어들의 사용이
자신의 학식이나 앎을 잘난 척 과시하는 듯한 느낌으로 건방져 보이지 않고  
왠일인지 나에게는, 참으로 언어적 활용이 탁월하시구나 감탄했다.
 
무엇보다, 우민혁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는 아무래도 너무 말을 잘하는 남자라는 생각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혜린과 밀당이나 상황에 대한 고민같은 거 하지 않고
이쪽 저쪽 생각하지도 않고 처음 만난 사랑이라는 것에 충실한 그 단도직입적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자고 싶어, 당신이랑."
"원하는 게 섹스라서 미안하지만 이쪽은 진심이야."
그렇게 뻔뻔하지만, 하다못해 자신이 원하는 건 섹스라는 말조차도 그가 하면 당당하다.
그가 말하니까 결국엔, 어찌할 바 없이 결국엔,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
 
 "당신이라는 암실에 갇힌 기분이야. 보이는 게 없어."
라는 느끼한 말도 우민혁이 하면 진실로 느껴진다.
 
신파스러울 수도 있고, 철저히 로맨틱한 아침드라마 식 판타지 일 수도 있다.
이혼녀가, 그것도 애딸린 이혼녀가 멀쩡히 잘생긴 재벌집 사장이랑 잘 된다는 거 말이 되는거야?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애딸린 이혼녀를 키가 한없이 커서 막 몸이 반으로 접히는 데도 한껏 걸릴 듯한 완벽한 룩의 재벌 남자가 사랑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누는 짧은 대화로 다 이해가 간다.
그 말 속에, 당연한 연역적 사랑이 있다.
이래저래해서 그래서 사랑해 - 가 아니라, 사랑해버렸는데 알고보니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이네? 그런..
듣고 있던 내 고개가 다 주억거려질 만큼 합당한 사랑이 말이댜.
 
혜린: 솔직히 말해서 듣고 싶어요. 왜 나예요?
민혁: 우연히 알게 된 여자가 있어. 그런데 좀 복잡한 상황이야.
         누구에겐 안 된 일이지만 난 그런 걸 신경쓰는 남자가 아니고.


         귀납이 아니라 연역이야.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기 전에 그 여자에게 먼저 끌렸어.

혜린: 이해하는 동시에 따지고 싶어져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민혁: 어렵지 않아. 맨땅인 줄 알고 디뎠는데 사실은 늪이었던 거지.
 
아, 제기랄.
이 남자.. 말 너무 잘한다.
혜린이 말대로, 이 남자 영업사원이면 다 팔아치울 수 있을 것 같아.
 

 



  
 


 
사랑하니까..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해?

뻔뻔할 만큼 당당한 남자.
우민혁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나.
그럼그럼. 사랑하는데, what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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