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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과 나
정은숙 지음 / 발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정은숙 작가의 책은, 딥(deep) 이후 2번째이다.
딥(deep)에서, 두 주인공이 일은 안하고 너무 다른 짓꺼리만 해대서 - 참.. 내용이 곤란했는데, 칸과 나에서는 그래도 생각이 있는데다가, 성격도 있는 주인공들이라 마음에 들었다.
몽골 어드매 정도에 있을 것 같은 나라의 카사르.
그리고 얼키고 설킨 운명속에 멀리 고국을 떠나 카사르의 아내가 된 은려군.
대륙을 휩쓸어버릴 거대한 바람, 그 바람을 닮은 남자 카사르
바람을 만들어내는 구름, 그 구름과 같은 여자 은려군
뭐, 그런 거창한 설명은 - 그당 공감이 가지 않지만,
카사르는 어렸을 때 힘들게 쫓겨 다녀서 그런지 강단이 넘치고 자기 싫은 건 절대 하지 않으며,
나는 뭐든 다 잘된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칸이다.
그런 그는 자신의 반려로 집에서 조용히 앉아 몸으로 승부하는 인형같이 조용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반려와 함께 말을 달릴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원했는데,
그에 딱 맞는 - 개척정신도 강하고 생활력도 대단한 여자가 바로 은려군이었다.
그래서 칸은, 그런 강함이 있는 은려군에게 완전히 빠지고
은려군 스스로 자신에게 오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루겠다며 기다려준다.
뭐 어쨌거나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은려군도 카사르한테 완전히 빠져 주시지지만 말이다.
작은 나라의 부족장과 같은 그런 미약한 칸에서 큰 대륙을 통괄하는 황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은려군과 카사르는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인데,
기존에 단순이 칸이나 세이크 수준의 주인공들을 표방하는 장르소설에 대해
무척이나 큰 별점 주기 힘들다고 편견을 갖고 있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괜찮은데?'였다.
어찌나 쿨하고 툭툭 속시원히 잘 질려주는 멋진 카사르 덕분에, 마지막에는 몇번 큭큭큭 - 웃기까지 했다.
은려군의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녀를 다시 돌려달라는 대륙의 황제에게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짓이 줬다 뺐는 거다!" - 라며, 질러주질 않나,
"좆 까" - 라며 사신들의 말을 씹어주고 무시해주고 들은 체 안해주질 않나.
뭐 이런 쿨하고 좀 무식하기까지한 칸이 다있어?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믿음직하다는 거?
지고지순하기까지하고 절륜하기까지 하니, 너 참 괜춘하네!!
그전에 읽었던 하렘의 이방인-이, 거의 별점 반개 수준이라면,
이 책은 그래도 자아가 제대로 박힌 주인공들과 이국적인 배경이 나름 매력적이라 별 3개는 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