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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 NaVie 009
이유진 지음 / 신영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어떤 맛일까?
조용하다 못해 진저리가 나도록 지루한 진영의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인연으로도 모자라 이웃사촌에 직장동료이기까지 한 우진과
최고의 바람둥이인 멋쟁이 팀장 동준.
과연 진영에게 진정한 사랑의 참맛을 알게 해 줄 남자는 누구일까?
alicia said,
이 책은, 요리사인 여주가 나와서 현란한 요리에 대한 에피소드와 함께 달콤쌉살한 연애 이야기를 하고 있............
지 않습니다.
아주 평범한 홍보광고대행사에 다니는,
평사원 진영이랑
그보다도 입사가 늦는 신입사원 우진이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바로 옆집 - 딱 1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이에 사는 동네 주민입니다.
추레한 평상복을 입고 마트에 가서도 마주치고,
씬나게 청소하고 있는 거실 유리창 너머로도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는 우진이가 솔직히 너무 귀찮은 진영입니다만,
우진이가 강아지같은 표정으로,
친구들 오는데 잡채만 - 잡채만 해주면 안될까? 하고 애걸하면,
밤새 철야를 하고 돌아온 피곤함에도 잡채를 해주고 있고,
자주마시면 식상해져버린다며 주말 일요일 아침에 딱 한봉만 마시는 맥심모카골드를,
우진이가 나도 마시고 싶다고 자기도 달라고 애걸하면
딱 5개 남아있는 것 중 하나를 싫은듯 내어주기도 하는 진영입니다.
진영이는
마음을 주는 것이 귀찮고
상처받을까봐 겁나고
인간관계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아서
사람을 사귀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혼자 좋아하고, 혼자 마음 접고, 또 다른 사람을 혼자 좋아해봅니다.
그리고, '오래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잘생기고 멋있고 돈많은 팀장이 좋다하는데도
맨날 자기만 보면 밥달라고 애걸하는 우진이만 걱정되고 우진이만 생각합니다.
우진이는
사랑하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자 남은 엄마의 망연자실함을 지켜보면서,
쿨하게 연애하고 깔끔하게 살면서
자식도 안남기고, 아끼는 물건도 만들지 말고
자신의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게 꿈입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살다 죽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예쁘고 세련된 회사의 사수가 도시적으로 쿨하게 연애하자고 하는데,
자꾸 가슴에 차지한 진영이가 가스불은 잘 껐는지만 염려됩니다.
전, 이유진씨 책 3권을 읽으면서
이분의 유머코드가 저랑 참 잘 맞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이유진씨가 '엉덩이'에 집착하는구나 - 아니면 '엉덩이'에 많이 집착하는 애인이 있으시구나 싶었더랬습니다.
원페어에서도 엉덩이, 음식남녀에서도 엉덩이-
이유진씨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선 오히려 뛰어난 외모와 스펙을 가진 조연들이 참으로 별 섬광을 반짝이지 못하십니다.
대한민국 99%의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20대 첫 직장의 고군분투기를 베이스로 하여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오해하고 다투고 속상해하고 그리고 화해하는 모습들이
평범하지만 공감을 많이 갖게 만드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제시됩니다.
20대 중반. 딱 나와 같던 모습들.
그래서 이유진 님의 책이 좋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