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 메이비 낫
김언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3개 반보다는 많고, 4개보다는 조금 아쉬운 그런 그렇지만 참 좋은 책.

(에필이 조금 아쉽고, 분량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

재희가 준우를 너무 쉽게 "re-hi ~~" 해서 미운.. - 이건 순전히 내 욕심이겠지..; )

중고책으로 읽다가, 이런건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새책으로 구매했다.

(중고책은 - 대여용으로 널리 복음을 전해야지)

 

나에게 김언희 작가님은 그저 나의 완소 조강은 작가님의 친한 친구분-, 엄친아스러운 스펙을 가지신 작가님으로만 인식되었었는데,

이번에 <메이비, 메이비 낫>을 통해 작가님이 참 좋아졌다.

 

한재희는 일본에서 자라다가 미국에서 성장하고 한국에 들어와 뱅커로써 승승장구 중인 능력있는 여자이다.

서른 즈음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한눈 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어린 여섯살, 엄마를 두고 바람을 핀 아버지,, 그를 가차없이 버리고 미국으로 재희와 함께 가버린 엄마로 인해

미련없이 약혼자 현석을 버리기로 한다.

그녀는, 꼭 완성된 가족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자란 교포인 서준우는, 아이뱅커 사장이면서 한재희의 8년차 상사이자,

한재희가 한없이 믿고 존경하고 따르고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오빠같은, 아빠같은, 선배같은, 신같은 존재이다.

그에게 결혼이란 두번 다시 없다.

미칠듯이 타오르던 정열적인 첫번째 결혼이 너무나 처참하게 깨져버렸기에..

 

............. 뭐라고 이야기해야할까,

이 책은, 두 주인공에 얽힌 단순하지 않은 배경들로 인해

결혼은 안돼 - 라고 말하는 서준우가 어쩌면 이해가 불가능 할 수도 있고,

그렇게나 능력있는 한재희가 서준우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다.

 

단순히, 서준우가 이혼남이라서가 아니고,

쿨하게 둘은 교포니까 라는 것도 아니고

한재희가 불안한 가정사로 인해 삐뚫어진 집착을 자신감 없음으로 덮어버렸다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이

나는 이상하게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재희와 준우는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뿌리깊은 가족중심사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재희는,

너무 존경하는 남자를, 진짜 남자로 사랑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소심함과 조심스러움,

스스로 치부해버리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보잘것없음으로 인해 재희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고,

준우는,

과거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버린 겁쟁이처럼

상대에 대한 사랑을, 욕심을 교묘하게 포장하여 그냥 올가미로 사용하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고,

 

 

이 책의 명대사는 참 짧다.

 

"재희야."

"재희."

 

서양문화에서는 상대에게 우리처럼 조사같은거 안붙이고 그냥 이름만 부르는 식으로,

준우는 그렇게 재희를 "재희!"라고 부르고 "재희"라고 핸드폰에 저장한다. 

준우가 부르는 "재희!" 라는 이름 그냥 딱 그것이,

어찌나 사랑스러운 호칭으로 느껴지던지...

 

내가 CIS에서 브라운이 전화를 받을 때,

"브라운" 이라고 말하는 딱 그부분을 들을 때마다 녹아드는 것처럼,

난 그렇게 깔끔하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참,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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