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연들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무심한 시간 속에서 남는 것은 만남의 빛나는 순간들뿐이다. 그러나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그것이면 충분하다. P58선 하나를 긋는 일에 이 많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나의 세계와 나 사이에서 내가 어떤 선을 긋느냐에 달려 있다. P151어떤 대상을 자세히 보려 할 때 그것과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거리를 두고 보아야 사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는 것은, 그것만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위의 다른 것들 속에서 그것들과 함께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P215에세이를 즐겨 읽진 않지만 가끔 좋은 에세이를 만난다. 조용하고 부족하지 않게 위로해 주며 나를 돌아보게하는 그런 글. 지금 이 책이 딱 그렇다. 환하게 보여지는 나만 보지 않고 그 뒤 그림자를 보며 나를 위로하게 하는 글. 그만하면 괜찮다. 그만하면 제법 잘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