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랑 단편은 맞지 않아'하며 깔깔한 문장들을 꿀떡 삼킨다.'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난 왜 단편의 의미를 못 찾지? 바보같아.'하며 껄끄러운 문장들을 가만히 본다.그런데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아직 무슨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몸은 이미 책속에 빠졌다.의미없이 읽어내던 문장이 어느 순간 글이되어 가슴을 답답하게도 하고, 기발한 생각에 박수 치게 하고, 억지로 보고 삼켰던 부분들을 다시 읽게 한다.단편들에겐 이런 매력이 있나보다. 그러니까 이 책 제법 매력적이고 멋지다는 말이다.<입회인>미래 사회에도 결투문화가 있다는 가정하에 그것을 중재하는 입회인의 이야기다.가진 것 없고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하고 그저 억울할때 결투를 신청하고 입회인의 참관 아래 결투를 한다. 상상 속에선 멋진데 현실이라면 얼마나 처절하고 비통할지 가늠할 수 없다.드라마에선 무모하게 모든 걸 내던져 목숨을 바칠 정도면 성공하던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그래서 입회인이 딸에게 남긴 말이 꽤 근사하게 마음에 닿았다.P123 죽음을 자초 하지 말고, 자신이 지나치게 비겁해지지 않는 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모욕을 주는 자들을 섣불리 용서 하지 않기를, <롱슬리브>팔이 유독 긴 친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친구를 생각하며 롱슬리브란 옷가게를 내고 유난히 팔이 긴 옷을 만드는 이야기.사람에게 너무 긴 팔을 쓸모가없겠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겠지.그런데 그 친구는 그 팔을 뻗어 창문을 닦다 떨어지는 나를 잡아 구해줬다.아! 긴 팔도 쓸모가 있네. 그 팔로 누군가를 더 단단히 안아주고 잡아줄 수 있겠다.P184 중요한 것은 그 팔의 길이와 쓰임새가 아니라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에 달려 있을가장 인상 깊었던 <세상에 태어난 말들>은 나만 계속 읽고 싶기도 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 봤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P203 이렇게 실체가 있고 무거운 말을, 인간은 그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난사한다. 허공에 값 없이 흩어지는 말들도 있으며 어떤 말들은 사람의 심장에 가서 박히고 그를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