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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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도 당당해지고 싶어요.편해지고 싶어요."

🎭"그때,제가 너무 무거웠죠.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다리가 으스러진거잖아요. 죄송해요.제가 무거워서.아저씨를 다치게 해서,불행하게 해서."

🎭"그런데 아저씨가 지금 저한테 그래요. 아저씨가 너무 무거워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p195-196

🎭"쟤,걔 아니야?"
유원은 그때'걔'다.
그 화제 현장의 이불아이.
11층 베란다에서 기지를 발휘한 언니가 이불에 꽁꽁 싸서 밖으로 던져준 아이.
지나가던 의인이 자신의 몸이 으스러지도록 받아줘 살아난 아이.
언니의 목숨값으로 지나가던 아저씨의 몸값으로 기적처럼 살아난 애다.
그래서유원은 늘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하고 빚을 갚는 마음으로 착하게 살아야하는 아이다
그런데 왜?
불은 윗집 할아버지의 담뱃재 때문이었고
베란다밖으로 날려준 건 언니의 선택이었고
지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피하지 않고 받은 건 아저씨의 선택이었는데...
유원 자신의 의지는 어디에도 없는데 한참이 지난 지금도 꼬리표를 달아야하고
언니의 기일에찾아와 예배를 드려주는 목사님께 헌금을 하고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야하고,
받아준 아저씨의 사업자금을 대줘야하고,
언니 친구가 자신을 통해 바라보는 언니를 감당해야하고,
부모님껜 언니의 몫까지 뚝딱해내는 딸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순간순간 나를놀라게 하는 건 원이의 목소리. 보고 싶었어, 하며 그 애가 나를 껴안았을 때 그 애 안에 예정이가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게 해 준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십년도 넘게 물리적 감사를 해야하고 언니의 모습을 간직해야하는지.
또 언니를 추억하는 누군가에게 언니 대신이어야 하는지.
너무 혼란스럽다.
적당히 괜찮은 아이로 사는 것처럼 보이도록 애쓰지만 유원은 그 눈들을 피해 옥상으로 숨어든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를 만난 날 유원에게 늘 닫혀있던 옥상문이 열렸다.
자라지 않고 그 날에갇혀있던 유원에게도 문이 열렸다.

사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그 중에 아직도 어려운 것은 모순인것 같다.
'좋은데 싫어', '고맙지만 부담스러워', '집이 답답한데 집에 가고싶어'
어쩌라는 거지?
뭔 선택을 하라는 거야?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사람들이 내가 맘껏 웃으면 안된다고한다.
'걔'니까!늘 빚진 마음으로 겸손히 땅만보며 살라고한다.
나를 통해 누군가를 떠올리고 추억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계속 그럴 수 있게 그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가?

책의 글과 맞는진 모르겠지만내가 아이들과 가끔하는 얘기가 생각난다.
난 만나는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니가 이렇게 자라고 있는건
널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는 얘기야.
니가 시킨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누구가의 양보나 희생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선택 할 수 있는거야.
그러니 감사함으로 힘껏 너처럼 살아.눈치보지말고 가장 너답게 살아.
널 위해 양보한 사람들에게 계속 그걸 요구하면 안돼. 또 언제가 양보하는 일을 멈춰도 서운해 하지말고
지금 너 답게 자라면 되는 거야.

자신과 세상 모든 것들과 갈등하는 나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읽으며 더 나은 나를 생각하면 좋겠다.
어렵겠지만 고민에 고민을 하다보면 나와 세상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가제본 #창비사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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