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가장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지고(남남커플이다) 그와의 연애를 글로 써서 데뷔했다.
그와의 사랑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그를 잃은 척 했지만 완전히 잃은 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그와 연인이 아니지만 다시 연인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친구같은 또는 아닌듯한 모호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남은 사랑도 모호해지는가 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짠했고, 어딘가 못마땅했고, 그와 얼마나 오래 함께 있든 아쉽고 부족한 느낌일 것이란 예감에, 어쩌면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p14

끝을 알면서도 남은 소수의 말을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나는 글을 쓰며 몇개 남지 않은 말을 정리한다.
이제 그는 나의 글 안에서만 산다.
부당하다. 옹색하다. 망했다.
너무 평면적인 너를 불러 내려면 나 자신을 설득해야하고 기만해야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덮어둔채 살 순 없다.
다시 페이지를 열어 널 불러온다.
그날의 감정, 기분, 기억, 너의 체온, 우리의 눈물을...
그 시절의 너와 나를 불러 만나고 싶고 또 그러고싶지 않기도 하다.

💙그를 배웅하고 맞이했던 현관, 이 그 거리의 끝에 있었다. 그리고 그와 내가 꼭 한번씩 울었던 그 집이 그 너머에, 내게, 있었었다.p28

내게도 있었었다. 그런 시절이 그런 때가 말이다.
이젠 내 기억이 맞는지 틀린지조차 모른 채 남은 추억 혹은 낡은 감정이라 불리는 그것이 머릿속 한켠에 있다.
그런 감정의 티끌을 모아 책을 읽는 내내 아릿아릿하고 서툴렀고 불같았던 나와 그를 소환했다.쌉싸래한 끝맛.
그 끝맛을 알기까지 얼마나 뒤척이고 얼마나 뒤돌아봤는지.. 그런 기억들 속에 서툰 내가 귀엽다 느끼는 걸 보니... 이 작가님 글 잘 쓰네!!


ㅡ출판사에서 가제본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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