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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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실은 나에게 조금 어렵다.
일정 부분 동의하고 일정 부분엔 갸웃거리고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와 얘기하다 당한 질타와 무시.
다른 의견에 설득보다 맹목적 비난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조금 소심하게 대하는 주제다.
그런 나의 고민을 알기라도 하듯 이 책엔 그런 고민들이 깔려 있다.
축이 되는 진경과 세연의 이야기
그 속에서 파생된 다른 여성의 삶과 생각들이 마치 내 머릿 속의 각기 다른 생각처럼 펼쳐져 있다.

이 책에 남자는 나오지 않는다.
여자와 여자의 갈등과 대립, 자신의 내면의 갈등 혼란을 다루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는 것 같지만 각자의 사연을 알고나면 이해와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그 사연을 묻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조금 아프다.
그럼 나와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진 여성은 나의 적이라는 말인가?

아마 책이 말하는 붕대감기는 ....
무조건 '다 잘될거야'가 아니라 상처를 주고 받고, 서로 의심하며 흔들리겠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연대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다.
서로에게 상처도 내고 붕대도 감아주고 바라보다보면 작고 소심한 서로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때가 올 것 같다.
서로에게 건강한 한줌 햇살이 되어주면 좋겠다.


👭정만 본의 아니게, 거의 강제로, 우선 몸이 튼튼해졌고, 이어서 마음이 단순해졌다. 회한이나 원망 같은 탁하고 시디신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뙤약볕 속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끝내는 말라버렸다.
👭나 역시 무섭고 외로워.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바보같이. 너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이해하고 싶어 미치기 직전인 표정을 하고 있잖아.너는 나를 알기ㅡ 싶은 거였구나!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왜 한 번도 너랑 이런 얘기를 할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이런 대화를 하게 되면 너랑 끝나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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