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책 표지를 보며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저 오렌지 한알이 진 한병이 키스 한번이 만들어낸 불안정함이 전혀 상큼하지 않아서..마지막 장을 덮고 차오르는 물기에 어른거리는 오렌지는 이 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오렌지 잎 .. 이들은 떨어지고 없어져도 이들의 과거는 나무에 남아 새로운 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다.과거의 오렌지와 현재의 오렌지는 인과관계에 놓인 것이 아니라 각자 삶의 부분이다. 인간의 삶도 그런것 같다. 가족, 학교, 직장, 사회, 집단이라는 과거의 나무에 매달려 잎을 내고 열매를 맺지만 매 순간 나무도 잎도 열매도 현재다.과거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현재가 미래가 달라질수 있었을까? 내 과거의 나무가 오렌지나무가 아니고 사과 나무였다면 난...달랐을까?알 수 없는 삶이란 놈은 사과 나무에서도 가끔은 오렌지를 낼지도 모르겠다.내 스스로 결정하고 자주적인것 처럼 말하지만 여러가지가 어울려 만들어낸 가지가 원래 뻗으려던 쪽에 서서 스스로 결정했어요 하는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고나는 여전히 살아있고너도 여전히 살아있다.그러나 삶이 영원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삶을 붙들고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삶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후회들 또 선택들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그럼에도 우린 살아있고 그러니까 우린 사랑하고 용서해야한다.그 일을 하는데 평생을 소비할지도 모르겠지만..조금은 서늘했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바뀌고 미소로 바뀌는데 단 한문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그녀는 먼훗날 어느 순간에 오늘밤과 같은 밤이 또 있을 것임을, 그런 밤에 그 이야기를 떠올리겠지만 앨비를 제외하고 이 세상 누구도 그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어떤 것은 그녜 혼자 간직할 필요가 있었다. p418어떤 순간어 내가 떠올릴 사람이 있고 날 떠올려줄 사람이 있어서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슬펐던, 애처롭던, 황당했던 과거가 지금은 조금 이해되고 따뜻했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걸 보면 말이다.침대 이불 위 남편 옆에서 반쯤 잠든 채로 프래니는 과ㅈ거라는 정박지 없이 펼쳐지는 미래의 길은 어떤 것도 그려볼 수 없었다. p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