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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걸작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속에 두 편의 글
<영생의 묘약>과 <미지의 걸작>
두 편의 글에서 발자크의 삶에 대한, 작품에 대한 욕망을 본 것같다.
그 욕망을 표현한 돈 후안의 천연 수정병속의 물 이나
작품을 대하는 프렌호퍼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두 편중 <영생의 묘약>이 좀더 흥미로웠다.
세기의 여성 편력가 카사노바의 형님급 돈 후안의 퇴폐적이고 탐욕스러운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영생에 대한 탐욕스런 간절함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엿볼 수 있었다.
돈후안은 아버지에게서 뺏다시피한 영생의 묘약을 평생 비밀로 간직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
아마 새 삶으로 젊고 매혹적인 인생을 또 살려고 은밀히 즐거워했겠지.
그리고 아버지보다 똑똑한 방법으로 아들에게 말하며 영생을 준비한다.
그렇게 준비하며 인간과 삶에 대해 통달한 돈후안은 점점 더 악마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P31 이 물로 내 온 몸을 닦아라. 그러면 나는 다시 태어날 거야. (돈 후안의 아버지)
P56 이 성스러운 물로 내 눈과 입술을 조심스럽게 적셔라. 그런데 사랑하는 아들아, 신의 힘은 위대하시니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서는 안 된다. (돈 후안)
P53미래의 장막 너머에 어떤 반짝이는 빛을 보았던 걸까?
그리고 또 하나의 탐욕
그렇게 기괴한 모습으로 살아난 돈후안을 이용해 장사를하는 산루카르 수도원장.
기괴함을 기적으로 받아들이고 성인으로 거듭난 돈 후안에게 은총을 받기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니들 진심 돌았니?)
이들을 통해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신앙을 꼬집어낸다.
P58 자신의 눈으로 직접 기적을 확인한 수도원장은 머리 좋은 사람답게, 그리고 오로지 교부금의 증대만을 원하는 신부답게, 그것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P60 새로운 성인에게 은총을 얻으러 몰려든 신앙 깊은 이들과 죄 많은 이들이 경의의 표시로 거대한 성당 안에 수천 개의 촛불을 밝혔고 그 빛이 건물에 마법 같은 모습을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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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이미지의 묘사, 욕망에 대한 신랄한 문장들 덕분에 웃기기도 하고, 아프기도하고 기괴하기도 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글의 높은 완성도와 함께
책표지의 높은 완성도는 최고!! 책을 만지는 촉감이 좋아서 자꾸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며 책을 읽고 있다.
너무 긴 글이 되어버려서 <미지의 걸작>이야기는.. .....
포르뷔스가 푸생에게 하는 말로
P106"여하튼, 이 모든 것보다 더 진실한 무언가가 있네. 바로, 화가에게는 실천과 관찰이 전부라는 것이야. 또 추론과 시정이 화필과 싸우면, 화가이자 광인인 저 어르신처럼 결국 의심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지. 그는 위대한 화가이지만 불행하게도 부자로 태어났지. 그것이 그를 헤매게 했네. 그를 모방하지 말게! 작업하게! 화가는 손에 붓을 쥐고서만 성찰해야 하네." ㆍ
ㆍ 그래서 발자크는 펜을 쥐고 하루에 독한 터키쉬커피를 30-60잔씩 마시며 15시간씩 글을 썼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