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영국은 주말에 오픈한다 - 캔버스에서 침실까지, 영국의 오픈 스튜디오를 가다
문호경 지음 / 이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real 영국은 주말에 오픈한다


-


영국에 관한 책 중 예전에 읽었던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가 있다. 영국을 한 줄로 설명하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보는 영국은 그렇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축구 문화, 비틀즈와 조이 디비전, 스미스, 디페쉬 모드,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아델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수분같은 사운드의 나라. 셜록과 제임스 본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폴 스미스로 대표되는 영국스러움의 패션들은 영국을 고리타분한 뒷방 늙은이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영국은 바꾸지 않아도 행복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영국의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변덕이 아닌 유연성을 길러주는 물조리개같은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든다. 


는 저자가 영국에 있는 동안 주말마다 오픈 스튜디오들을 찾아다니며 소개한 책이다. 주로 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일정기간 공개한다는 의미에서 오픈 스튜디오라 한다. 그리고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작가들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하나의 축제로 스튜디오를 공개한다. 그래서 지역마다 일정이 다르고 각 지역을 쫓다보면 1년 365일 real 영국은 주말에 오픈한다. 우선 가장 놀라운 것은 모두 지방의 행사임에도 체계화, 활성화가 잘 되어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이 참 많다는 사실이다. 책을 통해 보더라도 작가들의 작업 하나하나뿐 아니라 축제 포스터들 어디에서도 아마츄어같은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내가 봤던 우리나라 어느 지방 행사들의 내실과 외적인 비주얼들을 보면 학생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에 비하면 수준의 차가 월등히 높아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오픈 스튜디오가 척박한 우리나라의 지방문화를 끌어줄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문화 지형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퍼지는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서울에서 떨어진 지방의 문화들은 안으로 갇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문화 예술 분야의 일은 폐쇄적이기 쉽고 게다가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로 연결해 묶어 버린다면 더욱 더 폐쇄성이 강해지기 쉽다. 하지만 이것에 OPEN의 개념을 가지고 온다면 좀 더 재밋어 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척박한 황무지에서 숲을 가꾸기가 엄청 힘든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