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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예수 - 어떻게 우리는 2천 년 전 인물을 지금 만날 수 있는가
루크 티머시 존슨 지음, 손혜숙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청림출판사는 책을 개념 없이 내는 것 같다. 그동안 보수적인 한국교회 사정을 생각해 상업적으로 잘팔릴 것을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들 자신의 신앙이 보수적이라서 이런 책을 내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그래도 그나마 학문적이었던 바트 어만의 책을 냈던 점에 비해선 정말이지 이같이 논리적으로도 덜떨어진 보수 진영의 책을 내리라곤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지만 알고보면 두 책의 내용은 서로 충돌한다).
물론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 볼 땐 루크 티머시 존슨 같은 이들의 책이 매우 각광받을만큼 인기 있을는지 모르나 내가 보는 평가의 잣대는 존슨 주장에 대한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맥락에서 보는 평가인지라 인기와는 또다른 별개의 사항에 속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혹자는 신앙은 논리와 다르다는 점을 빌미로 오히려 논리 무시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혹은 보수와 진보 기독교 진영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책을 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역시 소신 있는 출판보다는 상업적 고려의 맥락이 더 우선적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존슨의 경우는 내가 볼 때 이는 보수 기독교 세력들이 의도한 바에 놀아날 뿐이며 확고한 원칙이나 개념은 탈각되어 있어 보인다. 이미 이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테지만, 애초부터 루크 티머시 존슨이란 인물은 기존 진보 기독교 학계의 역사적 예수 탐구를 공격하기 위해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지원해주며 밀어주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미 그의 포지션 자체부터가 보수 기독교 전통의 예수 신앙을 변호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때 대표적인 역사적 예수 연구가였던 존 도미닉 크로산에 대한 반대 논객으로 티비에 나와 대립각을 세우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다. 당연히 존슨은 진보적 학자들의 예수세미나에 대해선 매우 비난하는 입장 서 있다. 그러나 그 논리는 너무나 단순 억지에 가깝다.
요컨대, 루크 티머시 존슨 주장의 핵심은 이것이다. 역사적 예수는 죽은 예수이며 살아 있는 예수를 만나야 한다는 것인데, 그 골자는 신앙 공동체 곧 교회 전통의 맥락으로 들어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예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보면 정작 그의 이론들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단지 교회 전통의 예수를 만나는 일이야말로 곧 살아 있는 예수를 만나는 것이라고 줄창 항변할 뿐이다. 이러한 핵심 전제 하에서 그 자신의 논지를 진행해갈 뿐인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는 성령체험을 받아야 성경을 비로소 잘 알 수 있다는 식의 주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그 어떤 범주 안에 들어와야 너가 예수를 만날 수 있고 깨침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치 너가 그 어떤 경지에 들어와야 공중부양 체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교주들의 주장과도 그 주장의 패턴에 있어서만큼은 유사한 논리다. 일종의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대전제가 밑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무조건 믿어라'의 영역에 속한다.
게다가 예수에 대한 존슨의 입장은 기존 교회의 보수적인 예수 신앙처럼 그 역시 예수의 초자연적인 육체적 부활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역사적 예수 연구 때문에 한동안 골치 아팠던 보수 기독교인들에게는 루크 티머시 존슨의 주장들이 매우 반갑고 고맙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자신이 믿어왔던 신앙의 전제들을 루크 티머시 존슨의 주장을 통해 재확인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말한 예수는 사실상 근본주의 기독교가 쳐놓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주요 5대 교리의 그물망을 결코 벗어나진 않고 있다.
구원도 교회 전통의 예수의 구원만이 참된 구원의 역사로 주장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 보면 루크 티머시 존슨의 예수는 살아있는 예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이미 교회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교회가 죽여놓았던 예수, 교리적 예수, 바로 그 예수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알고보면 매우 골때리는 저서인 것이다. (오마이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