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ft 1848-2000 -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
제프 일리 지음,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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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목차를 보자. 서장 '유럽의 민주주의'을 시작으로 심심하면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 단어가 반복된다. 어라 이것 좌파에 대해 설명한 책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를 보면 'Forging Democracy'임을 알 수 있다. 직역하면 '민주주의를 담금질하다' 내지는 '조금씩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다' 정도의 뜻인데, 이는 이 책이 유럽 근현대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밝혔음을 일러준다. 그런데 출판사는 왜 굳이 'The Left'라는 붉은색의 선명한 제목을 걸어야 했을까? 이도 서문과 서장만 읽어 봐도 바로 나온다. 그것은 좌파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오는 데 기여한 역사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구시대의 체제, 계급, 성 등의 여러 영역에서 좌파는 기성세력과 맞서 싸우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해 왔다. 물론 그것은 한번에 이루어진 적도 없고 제대로 이루어진 적도 없다. 다만 조금씩 가끔은 확 달라져 왔지만 늘 현 시대를 그대로 두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우파와 늘 맞서야만 했다. 그러기에 좌파는 물론 민주주의는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민주주의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시기에서부터 과거 남성 무산 미숙련 노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시기를 거쳐 이제는 생태주의, 페미니즘, 초국적 평화운동 같은 새로운 물결과 조우하면서 범위를 확장시켜 나간다. 이 책은 그것의 역사를 담고 있다.

1천쪽이 넘는 막막한 두께와 달리 종이는 가벼워 덩치에 비하면 가볍게 느껴진다. 게다가 좌파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 개념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다만 양 자체는 많으니 다 읽는 데는 다소 끈기가 필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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