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10주년판)
폴 투르니에 지음, 정동섭 옮김 / IVP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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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가 싸우는 이유가 거창한 데 있지않고 아주 간단한 것에 있는 것처럼, 부부가 부부답게 살아가기 위한 것도 간단하고 너무 분명한 진리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싸우는 이유도 뒤돌아 서서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거고, 서로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도 아주 사소한 배려와 실천이 중요할텐데....
 
우린 무언가 대단한 것을 결핍하고 있어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처럼 변명하고 스스로를 속일데가 많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의 결국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한데 있기도 하다. 폴 투르느에는 부부의 삶이 풍성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정말 쉽게 하고 있다. 맞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된 거다.
 
이 책은 분량만큼이나 아주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너무 간단해서 우리가 우습게 여기고, 아주 간단해서 마치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너무 간단해서 그러지 않은 적이 언제있느냐고 뻔뻔하게 변명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한다. 어쩜 너무 간단해서 너무 어렵고, 너무 쉬워서 그렇게 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문제는 어렵고 추상적이어 보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고차원적이고 대단한 해법이 있다고 착각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우리에게 이 책은 어린아이와 같이 되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이 얇은 책은 너무 어렵다. 별 내용이 없어서 골치아프고, 아주 간단한 몇 개의 문장으로 축약될 내용이기에 더더욱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괴롭게 한다.
 
폴 투르니에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야한다고 한다. 하나마나한 소리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단다. 너무 뻔하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표현해야 한단다. 언제 그렇게 안 한 적이 있나? 이해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사랑해야 한단다. 아휴 참~ 낯이 간지럽다.
 
그리고 전략을 제시한다. 서로의 타고난 차이점을 인정하고 부부이기 전에 남녀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를 인정해야한단다. 우리는 너무 차이나서 문제고 너무 차이를 잘 알아서 문젠데....T T 서로 돕기 위해서는 이해해야 하고, 서로의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단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예수님께 복종하기를 요청한다.
 
어렵다. 몰라서 어려운게 아니라 너무 많이 알아서 어렵고, 알지만 그렇게 해본적이 없어서 어렵다. 늘 문제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결혼 8년을 향해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부부도 다시 그 시작을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구석구석 아프고 괴롭고 찔린다.
 
앉아서 맘 먹고 읽으면 30분이면 해치울 책이지만, 8년을 살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어 너무너무 살인적인 책이다. 그래도 그 단순한 진리 속에 회복의 열쇠가 있다는 사실에 고개 숙이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시 꼭꼭 씹어 소화해야 할 두꺼운 진리고 가득찬 책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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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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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삶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삶이고, 그 그림을 읽는 것도 삶이다. 삶이 정직하게 겪게 되는 아픔과 상실에 대한, 아주 정직하고 처절한 폭로. 누군 그 폭포를 말로, 글로, 누구는 그 폭로를 사진으로, 영화로, 그리고 미술가는 그림으로 폭로한다. 폭로해야 할 만한 억울한 사연, 상실의 아픔, 견딜 수 없는 공포, 미술가는 그런 삶의 질곡을 제공한 국가와 시대에 대한 고발과 폭로로 그림을 그린다. 고발과 폭로가 아니더라도 고백이자 기록일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서경식의 세번째 서양근대미술 기행이다. 이번에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얼룩진 근대를 통해 진면목을 드러낸 인간의 모습에 대한 추적이다. 그런 상처로 얼룩진 통일독일을 돌아보았다. 서경식은 그 발걸음속에서 자신의 삶과 가족사를 반추하고 있다.    




에밀 놀데, 오토 딕스, 펠릭스 누스바움, 카라바조, 고흐, 다니엘 에르난데스 살라사르 등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왜 한국에는 전쟁화가 없는가?', '왜 아름다운 그림 밖에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솔직하고 정직하지 않은 게다. 슬픔과 아픔과 비탄을 표현할만큼의 적어도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탓이다. 그런 숨쉴자유조차 얻지 못한 암울한 시대를 우리는 반추하지 못하고 지나온 탓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독과 서독의 화가들은 모두 이 지옥과 같은 시대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보다 더 강렬하게 고발하고 폭로한다. 더러운 것, 아픈 것, 비참한 것을 끝까지 주목하고 표현하려는 인간적인 고뇌, 그 자체를 표현하려고 애쓴 근대 미술작품을 통해 폭력의 시대와 정면으로 맞선 예술이 우리에게 무얼 말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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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신학자 솔비와 나눈 하나님 이야기
솔비 루시아 골드 & 로버트 젠슨 지음, 박소혜 옮김 / IVP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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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할 때가 있다. 이제 말을 막 시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담기엔 버겁기에 생겨나는 호기심 어린 질문과 말들. 그 말에 놀라기도 하고 당혹해 하면서, 때론 너무 우수워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때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생각지도 못한 얘기라 깊이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이들 눈에 비친 기독교와 교회, 하나님, 그리고 신앙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그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 할 만큼 우리는 여유롭고 상상력 넘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의 정직한 질문에 정직하게 질문할 만큼 우리는 투명하고 느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손자와 할아버지가 나눈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로 풀어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록처럼, 마치 연극의 대본처럼 어린아이와 신학자인 할아버지의 생동감있는 대화로 책 전체가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아주 쉽다. 아이의 호기심 어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할아버지는 아주 차분하게 손녀의 질문에 눈 높이를 마추어 대답한다. 

대화의 주제는 엉뚱하고 대화의 방향은 중구난방이다. 중구난방이라 해서 밑도 끝도 없는 게 아니라, 아이의 눈 높이에서 생길 법한 기독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쏟아진다. 그 질문에 답을 하는 할아버지는 역시 노련하고 대담하다. 이런 대화가 교회학교에서도 스스럼없이 나눠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린 이런 시도를 왜 하지 않을까?

시도가 참 좋다. 이런 식의 대화를 엮은 책들이 주제별로 많이 나오면 좋겠다. 이런 시도를 하는 교회학교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학교 선생님들이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대화를 위한 좋은 지침으로 사용해도 좋겠다. 시도가 좋은 반면, 번역책이라 아쉬운 것은 대화의 주제가 너무 서구적이고 그래서 조금 진부한 면이 있다. 그 진부함은 이 책의 형식과 내용의 참신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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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란 무엇인가 - 존 스토트가 성경에서 발견한 다섯 가지 설교자상
존 R. 스토트 지음, 채경락 옮김 / IVP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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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중심이 말씀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예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소위 <메가처치>를 유지하기 위한 목회적 도구로 설교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불특정 다수가 경기장 같은 교회좌석에 앉아 주목할 것은 오직 강단 밖에 더 있겠다. 주변에 앉아있는 삶의 질곡과 실존이 말씀과 공명하면서 길어 올려진 지혜를 나눌 여지가 없는 그곳에서 오직 강단에서 울려 퍼지는 삶의 정황에서 벗어나도 한 참 벗어난 설교 밖에.
 
사람에겐 누군가에게 종속되길 은근히 원하는 속성이 있는 듯 하다. 그게 말씀이고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라면 그 보다 근사한 게 또 있을까? 말씀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곧 설교로 연결되고 설교가 곧 설교자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다. 예배의 중심이 말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곧 설교와 설교자로 연결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토론이 필요할 듯 하다.
 
아무튼 존 스토트가 1964년에 쓴 책이 이제야 제대로 번역이 되었다. 젊은 시절의 존 스토트가 바늘 하나 안 들어갈 정도로 설교자에 대해 논리정연하고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설교에 대한 그의 생각과 더불어 설교자에 대한 다섯 가지 상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하나 물샐 틈 없고 숨이 막힐 정도로 차갑게 정리하고 있다. 젊은 시절 존 스토트의 기상이 그대로 정해진다.
 
이런 설교자가 세상에 존재할까? 아니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설교자를 기대하고 있는 성도들이 있을까? 아니 설교자로서 이런 모습을 염두해두고 자라가고 성숙하길 소망하는 목회자들이 몇이나 있을까? 책이 나와야 하고 책으로 나온 것처럼 책 속에만 머무는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설교에 대해, 설교자에 대해 생각할 수록 서글프고 절망적이 되는 이유는 뭘까? 말 많고 탈 많은 한국교회에 설교자에 대한 이 책이 과연 무언가 소망의 메아리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읽으면 읽을 수록 회의가 든다. 그 만큼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성경적인 설교자상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질정도로 완벽(?)하고 정연해서겠지? 이런 주제의 책은 완성도와 내용의 치밀성이 높을수록 그렇지 못한 현실과 공명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더욱 한숨만 짓게하는 듯 하다. 그래도 어쩌랴. 지금 여기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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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없는 기도 IVP 영성의 보화 2
로버트 벤슨 지음, 안정임 옮김 / IVP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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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기도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구보다 기도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지만, 기도에 대해 나눌 때 어깨를 움추릴 수 밖에 없는 삶을 사는 나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과연 기도와 관련해서 언젠가 당당할 날이 과연 그 나라가 갈 때까지 있기나 한걸까?
 
기도는 늘 어려운 숙제와 같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처럼 나를 괴롭힌다. 기도에 관한 책은 늘 한 학기에 한 두권 읽지만, 책 읽는 만큼 기도하지 못하는, 기도하지 않는 내 모습에 얼마나 자주 정말하고 좌절하는지.
 
기도와 관련된 책이 또 나왔다. 기도에 관한 책이 늘스록 기도에 관한 근심이 더 느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근데 <중단 없는 기도>는 조금 다르다. <중단 없는 기도>라... 기도에 관련된 책들은 늘 제목부터 기를 죽이고 시작한다. 그리고 허황된 기대를 가지게 하곤 한다. 이 책의 제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근데 읽어보니 종전의 기도책과는 다르다.
 
영성보화 시리즈의 의도는 대충 과거의 지혜를 통해 현대의 신앙하는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되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영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도가 다뤄지지 않을리 없고 역시 기도에 관한 책이 나왔다. 근데 이 책의 차별점은 성공회나 수도원, 혹은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성무일도에 대한 책이다.
 
정해진 때에 정해진 기도를 따라 우주적인 교회의 일원이 되어 겸손하게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때로 믿음의 선배들의 기도를 빌어, 시편의 기도를 빌어 정해진 절차를 따라 정해진 방법과 정해진 틀 속에서 기도하는 성무일도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이 성무일도에 대한 소개와 그 여정에서 깨닫고 경험하게 된 기도의 원리들을 아주 간략하게 나눈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기도처럼 자신이 직접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게 어디 있을까? 그 교훈에 걸맞게 이 책은 과욕을 부리거나 과장하거나 허장성세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도 책들이 부풀려지고 특별한 영성에 대한 특별한 강조하는 데 반해 이 책은 자극적인 것도 특이한 것도 별 다른 것도 없는 담백한 음식과도 같다.
 
늘 먹는 밥이 보약인거 처럼,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에서 약간 낯설긴 하지만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기도의 과정을 통해 신비를 경험하는 아주 오래된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의 제안을 따라 이 특별할 것이 없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는 이들만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기도의 각별함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간만에 특별한 것이 없는 걸 소개하는 이 특별한 기도에 관한 책 때문에 기도에 대해 다시 한번 소망을 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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