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어른이 읽는 아이들 책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산골 마을 어린이 시 보리 어린이 22
임길택 엮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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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선생님이 1984년부터 1985년까지 강원도 정선 여랑 초등학교 봉정 분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엮은 문집에서 뽑은 시들을 모은 책이란다.

어린이들의 시를 읽다보면, 어른이 어린이를 가르친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음율로 담아내는 것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 마음 속도 함께 살랑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내가 발견하지 못한 세상의 풍경들을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른들의 생각과 삶을 그대로 보고 베끼어 써내려간 글들도 무수히 많고, 그런 글들이 상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 글들은 매끄럽기는 하나 상투적이고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른의 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아주 솔찍하게 써내려간 꾸밈 없는 글들은 눈시울을 적실만큼 감동적이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날만큼 재치가 있다. 이 책도 그런 꾸밈 없는 아이들의 글들을 모은 책 중의 하나이다. 1980년대 시골마을 아이들의 시이다 보니 도시에 자라왔고 도시에 살고 있는 내가 경험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광경들이 펼쳐지지만, 아이들의 재치있는 묘사와 솔직한 표현들이 나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 어른들의 생각의 틀로 아이를 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일수록  아이들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 책 속에서 -

어린이날 / 5학년 배연표

텔리비전을 보았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약이 올랐다.

나는 거기 있는

아이들을 보고서

텔레비를 껐다.

이제는 약이 덜 오르는 것 같다.

 

모심기 / 6학년 함정옥

어른들이 모 심는 것을 보고

나도 심고 싶어서

같이 심었다.

조금 있으니 허리가 아파서

심기 싫었다.

그래도 어른들이

잘 심는다 칭찬하니

허리가 꺾어질 것 같아도

할 수 없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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