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프 확률 3%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수용 지음, 김연제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평점 :
인공지능이 정해준 베프, 정말 믿어도 될까? 『베프 확률 3%』 후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고민이 뭘까 생각해보면, 역시 '친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열한 살, 초등 4학년쯤 되면 단짝 친구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티는 나이잖아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저희 딸래미도 "누구랑 짝이 될까", "누구랑 친해질까"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번에 읽은 동화 『베프 확률 3%』는 이 친구 고민을 아주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풀어내서, 딸래미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던 책이에요. 오늘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찬찬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AI가 내 베프를 정해준다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끌었어요. '베프 확률 3%'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더라고요. 표지만 봐도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소재라는 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정말 지금 이 시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였어요.
이 책 속 교실에는 조금 특별한 설정이 있어요. 아이들의 성격과 취향, 고민거리를 인공지능이 전부 분석해서 '베프가 될 확률'을 숫자로 딱 알려주는 거예요. 이름하여 '까미'라는 이 AI는 아이들의 심리 자료와 인터뷰까지 꼼꼼히 분석해서 가장 잘 맞는 짝을 추천해줘요. 그 덕분에 이 교실에는 다툼도 없고 따돌림도 없어요. 사소한 말다툼조차 일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우정만 존재하는 곳이죠. 친구를 못 사귈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딸래미한테 "이런 인공지능이 진짜 있으면 어떨 것 같아?" 하고 물어봤더니, 처음엔 눈을 반짝이면서 "완전 좋을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사실 그 말에 살짝 공감했어요. 친구 문제로 마음 졸일 일이 없다면 그것만큼 편한 게 없을 테니까요.
98%와 3%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주인공 최수인은 까미의 추천으로 베프 확률 98%인 조다윤과 무난하게 단짝이 됩니다. 다툼 한 번 없이 순조롭게 한 학기를 잘 보내죠.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같은 반 민하와 어울리는 일이 점점 잦아지면서, 자꾸만 신경 쓰이고 궁금해지는 거예요. 그런데 하필 까미가 계산한 수인이와 민하의 베프 확률은 고작 3%. 인공지능이 "이 관계는 안 될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한 상대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숫자로는 절대 잘 맞을 리 없다고 나온 친구인데, 마음은 자꾸 그쪽으로 기우는 상황. 수인이는 그 사이에서 계속 흔들려요. 인공지능의 판단을 믿고 안전한 우정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확률이 낮더라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 할지 말이에요. 이 갈등이 이야기 내내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읽는 내내 다음 장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딸래미와 함께 읽으며 나눈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딸래미가 계속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 "인공지능이 친구와의 궁합을 알려주면 정말 좋은 걸까?"
- "나랑 정말 잘 맞는 친구가 꼭 안 싸우는 친구인 걸까?"
- "인공지능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어른인 저도 딱히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어요. 요즘 세상엔 정말 이런저런 것들을 AI가 추천해주는 시대잖아요. 영화도, 음악도, 심지어 쇼핑까지도요. 그런데 그 추천의 범위가 '친구 관계'까지 들어온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마냥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책을 읽는 내내 딸래미 표정을 보고 있으니 정말 재밌었어요. "이런 인공지능이 진짜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금방 "아니야, 이런 게 어디 있어. 안 맞으면 맞춰나가면 되는 거지!" 하면서 스스로 고민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왔다 갔다 하며 혼자 결론을 내렸다 뒤집었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이 참 잘 만들어진 이야기구나 싶더라고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에요.
완벽한 친구는 없다는 걸 배우는 시간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 딸래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는데, 딸래미가 나름대로 이런 결론을 내리더라고요. 완벽하게 안 맞는 것보다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맞춰가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진짜 우정이라는 거예요. 애초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맞는 친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낀 것 같았어요.
숫자와 데이터로 계산된 관계보다, 서로 부딪히고 오해하고 화해하면서 쌓아가는 관계가 결국 더 단단한 우정이라는 걸 이야기가 은근히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우정의 기준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하니, 엄마로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딸래미가 "친한 친구일수록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한 책이에요. 그만큼 저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서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아이
-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친구 문제로 예민해진 아이
- 인공지능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은 아이
- 학교 교과 내용과 연계해서 진로·인성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은 부모님
특히 학교 교과 내용과도 잘 연계되어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알찬 책이더라고요.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든 요즘 시대에, 아이들이 AI의 판단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도 참 좋은 이야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이 많은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아이와 우정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저희 집에서는 오랜만에 책 한 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