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원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동안 읽어 본 책을 돌아보면 거의 소설이다-_-.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걸까. 사실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척(-_-a)하면서 실은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나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읽게 된 책이다;솔직히 성석제의 작품 세계는 물론이고 그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그의 문체 특징도, 그의 성향도 모른다. 처음 접한 그의 글은... 뭐랄까, 신선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흔히 접해보지 못한 소재들과 인물들까지 전부 다. 그 중에서도 역시 백미였던 건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이었다. 뙤양볕이 쨍쨍 내리쬐는 냇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놀고 싸우다가 막판에 진짜 조직폭력배를 만난 그들. 그 일행과 조직폭력배 사이에 싸움이 붙는 과정은 그야말로 마치 만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두목을 화나게 한 그 말이 일행 중 한명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때를 맞춰 조폭들이 탄 차의 창문이 조금 열리고, 그 말이 그 틈으로 들어가 부두목의 귓구멍에서 달팽이관으로 결국 뇌로 전달되어 결국 분노를 폭발시키는 장면! 아, 정말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장면이 아닌가?또한 바로 그 앞의 단편인 천애윤락의 등장인물이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도 신선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하는 캐릭터라니. 비록 너무 보잘 것 없는 인물이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쾌활....'에서 그가 천애윤락에서 등장한 인물임을 나타내는 구절이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두 소설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더랬다. 너무 신기한 사람.이 책은 그렇게 신선한 등장인물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