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의 혼자놀기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너무 뻔뻔해진다고 했더니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그건 세상의 시선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글쎄 그런걸까?

나의 뻔뻔함의 강도가 남들보다 유별난 건 인정한다. 지하철에 목이 끼고서도-_-(난 이런게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게다가 목이 끼다니!!) 뭐 별 일 없었던 듯 그 지하철을 탔다면 믿을까? 가끔은 이런 나의 뻔뻔함에 걱정도 조금은 했었는데, 뭐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나만 괜찮다면 다 괜찮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그럼 다 괜찮은 것 아니야?

뻔뻔해 지는게 세상의 시선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라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아닌 것 같다. 뻔뻔해 진다는 건... 세상의 시선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세상이 날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는 것, 세상이 나에게 씌운 그물을 끊어버리는 것, 스노우캣처럼 그냥 박스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

내가 처음 접한 스노우캣은 그렇게 박스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그런 고양이의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지금도 세상은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목숨을 건 듯 보인다. 나오는 책들마다 화술의 기술이니 협상의 법칙이니 그렇게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님을 강조하는 내용들 뿐이고,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너무나 강조해대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느긋느긋 살아가는 스노우캣의 모습은 서울 한복판에서 몇년 만에 처음보는 친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랄까.

남들이 뭐라하든 그냥 자신의 공간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하는 스노캣의 모습은 어쩌면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저 가슴 속에서 진심으로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스노우캣 다이어리가 연재되고 있는 홈페이지에 들러보곤 한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조용한 까페를 찾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시끄러운 손님들 때문에 아쉬워하며 나오고, 좋아하는 빵을 먹기 위해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오는 스노우캣. 가끔은 게으른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도 불구하고(실은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 할 일 하는 귀차니스트 스노우캣. 언젠가는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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