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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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당장 할 수 없는 것, 내일도 할 수 없는 것, 먼 미래에도 할 수 없는 것. 불가능은 그 기간에 비례하여 그 견고함을 더해가고, 결국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영원한 불가능. 이 얼마나 숨막히는 말인지-

오현우가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이 꿈꾸었던 세상(이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치 방관자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그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세상에 희망을 걸었던 것이리라. 그 세상이 얼마나 먼 미래에 올 지 그들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그 세상이 올 지조차 확신 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 그 먼 미래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그 믿음으로 자신을 내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에서 가장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오현우가 감옥에서 길들이던 비둘기들이다. 하얀 절름발이 암컷 순이, 그리고 순이를 흉내내던 다른 하얀 암컷 비둘기. 결국 아끼던 순이가 죽어버려 다시 한번 애착의 무상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결국 세상은 그런 게 아닌 듯 싶다. 모델이 되는 이가 있으면 이를 따라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 물론 오현우와 그 동료를 모델로 따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 세상은 더 빨리 더 많이 더 바람직하게 변화되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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