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균, 최후의 19일 1
김탁환 지음 / 푸른숲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허균, 최후의 19일
소설가 김탁환씨를 알기 전 까지는 허균을 그저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있었다. 하지만, 김탁환씨의 이 소설을 읽고 혁경가로서의 허균을 알게 되었다. 김탁환씨는 임진왜란과 명/청교체기라는 역사적 혼란기에 조선 지식인이 겪는 고뇌를 중심으로 하는 훌륭한 역사소설을 생산해낸 저자이다.
TV드라마로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이나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과 조선 사대부 들의 역사 인식을 다룬 "압록강", 그리고 이 소설인 "허균, 최후의 19일" 등이다.
전쟁은 민중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 시기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오랜 정치적 당쟁으로 인해 국력이 많이 쇄약해진 시기이다. 유교적 신분 질서가 고착화 될 수록 사회는 특권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건국 초기의 건전성을 잃어갔다.
"불멸의 이순신"이 우국충정으로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살피려 하는 이순신 장군이 다른 한편으론 선조로 부터 정치적 오해를 당하면서 겪게 되는 지식인의 고민과 상황을 그린 소설이라면, "압록강" 이나 "허균, 최후의 19일"은 임진왜란시 분조를 이끌던 "광해군"과 그 주변 인물들의 역사인식과 갈등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광해군이 몸으로 체험한 전쟁의 비참함으로 부터 반성하고, 옳바른 정치를 통해 국력과 왕실의 위엄을 재건하고자 꽤한다. 또한, 명/청 교체기에 유교적 명분만을 앞세워 명나라의 편에 서기 보다는, 국제적으로 구 세력과 신흥 세력과의 역관계를 분석하여 현명한 실리 외교를 펼치고자 한다.
허균은 광해군과 세자 시절부터 함께 하면서, 그릇된 정치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옳바른 정치로 구해내야 하는 정치적 동반자와 같은 공감대를 갖게된다. 하지만, 광해군이 용상에 앉게 되었을 때는 왕권을 갖게 해주고, 그 왕권을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이첨이 주변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게 된다. 허균은 이이첨과 같은 인물로 둘러 쌓인 광해가 더이상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에는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혁명을 준비하게 된다.
"조선왕 독살사건", "조선 선비 살해 사건"의 저자 이덕일 교수님이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왜 조선이라는 나라가 근대로 들어설 때 무능력하게 일본이나 열강들에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왕조는 200년의 주기로 새로 왕조가 탄생하였다. 조선을 생각해 본다면 임진왜란 정도가 조선이 탄생하고 2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시기이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때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쇄약해져 새로운 나라가 들어 설 시기 였다.'
이미 쇄약해져 가는 국가를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려고 한 시도가 옳은지, 쇄약해져 가는 국가에서 대안을 찾고자 충성을 다하고자 하는 시도가 옳은지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지식인의 숙제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 해석을 단지 역사적 해석이 아니고 현실적인 해석으로도 이해해야 한다고 느꼈다.
조금 논리의 비약이 있을 지 모르지만, 북한이라든가 계속 살림이 어려워 지지만 의리로 유지되는 중소 벤쳐기업에서 지식인이라면, 과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새로운 대안을 위해 발전적 해체를 모색하는 것이 옳은 지 옳바른 판단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저 충성이나 의리만이 좋은 가치로 생각을 했지만,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많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