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1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추리소설에서 사용하는 회상씬, 작위적으로 연출한 뒤통수 치는 단서 등등의 드라마틱한 장면이 전혀 쓰이지 않는, 언뜻 보면 건조해 보이는 순차적이고 단순한 스토리텔링에서 독자 자신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듯한 묘한 박진감을 주는 것이 크로프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 소설은 그 독특한 매력이 <통>에 이어 마음껏 발산되는 수작이다.

살인 사건이 터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정말 열심히 단서를 수집한 끝에 사건을 해결한다는, 디테일은 꽤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간단하기 그지없는 내용. 덤으로 끝의 한 챕터를 할애해 사건의 경과와 트릭을 친절하게 해설까지 해주는데 이런 것이 소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갈 정도로 덤덤하게 사건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기에 독자가 탐정보다 앞서 추리하는 재미 같은 것은 기대하기 힘들고, 수사자-피수사자 사이의 인간적인 갈등이나, 동기를 설명하는 심리적인 묘사도 없거나 미미하다. 이와 같은 기록문적 성격에 문학적 향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바로 프렌치 경감이라는 캐릭터이다.

해설에서도 언급되지만, 프렌치 경감이라는 탐정은 JJ 매릭의 기드온이나 덱스터의 모스 경감과 같은 캐릭터의 선구격인 인물이다. 단란한 부부에, 존경받는 상사이자 유능한 경감이지만, 화려한 경력이나 군계일학의 지능으로 치장한 소위 '명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사건 해결이 늦어진다고 윗사람에게 한소리 듣기도 하고 수사가 막혀 끙끙대면 부하들이 슬금슬금 피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설정인데, 이런 인물의 시선을 따라감으로써 작가는 실제 수사를 하는 듯한 일종의 리얼리즘을 강조함과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그의 감정선과 공감하여 뒤의 전개를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도 얻고 있다. 많진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풍경 묘사 같은 것도 철저하게 경감의 시선이 닿는 곳만을 적어 놓을 정도로 꼼꼼한 서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추리팬으로서 특기할 것이 있다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해 작가가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 <통>을 읽을 때 홈즈의 광팬 경관이 등장하는 것을 무심코 넘겼었는데, 여기서는 주인공의 아내가 남편에게 대놓고 Mr. Watson이라고 부르는 장면까지 있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도 재미있지만 직접 읽으면서 느껴야 하는 부분이기에 적지 않는다.

<통>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마치 보고서마냥 살인 사건을 감정 없이 적어내려간 몇 페이지만 참고 읽어가면, UK와 남유럽을 넘나드는 추적담에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