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살인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1
프레드릭 브라운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가장 짧은 SF 단편으로 잘 알려진 프레데릭 브라운의 것으로는 처음 읽는 장편이다. 예전에 그의 SF 단편들을 읽고 그 깔끔하고 재치있는 마무리에 매혹되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기대를 매우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절판된 동서 추리 문고의 '미래에서 온 사나이' 라는 단편집. 재간 목록에 없는 것이 거의 재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은 훌륭하다)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단편의 깔끔한 마무리를 장편에 시도한 결과는 왠지 어이없고 허무한 느낌으로 남았다.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특유의 기지와 유머가 넘치는데 이 장편도 예외는 아니다. 애인에게서 받은 돈을 어처구니 없게 털린 대목에선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꼬이는 거지' 하는 느낌이 들어서 쓴웃음이 나오게 하는 서술은 딱 기대한 만큼이었고나 할까... 사전에 면식 없는 사람을 살해하여 맹세를 확고히 한다든가, 막판까지 치밀하게 잔머리를 굴리는 전개도 상당히 특이한 맛이 있고, 무엇보다 밑바닥 배우의 생활을 아기자기하고 지루하지 않게 묘사하는 브라운의 화술에 깊이 매료되어 단숨에 끝까지 갔는데,

어떻게 보면 요즘처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발달한 시대에는 있기 힘든 실수로 인한 결말, 그래서 와닿지 않는 결말. 주역들이 모두 한 호텔 방에 모여 겪는 소란스러운 해프닝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인과가 불분명해서, 도서추리물 특유의 주모자들에게 느껴지는 연민도, 모든 것이 얄궂은 운명의 장난 같다는 허탈함도 느껴지기 전에 책은 서둘러 끝을 맺고 만다.

해설에 보니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에게 영향을 받았다는데 그것을 읽고 비교해 보고 싶어진다. '낯선...'은 아마도 히치콕의 'stranger'의 원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떨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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