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7
S.S. 반 다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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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시리즈의 본질은 열혈이다' 라는 가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작품. 왜냐면 번스가 탐정놀이에 뛰어들게 된 원인이 매컴을 약올리다가 서로 발끈하는 바람에.. :) 둘도 없는 친구와의 우정 탓에 관계도 없는 일에 뛰어드는 탐정이라니, 성질 한번 화끈하군.

만일 가장 짜증나는 타입의 탐정을 꼽으라면 누굴 꼽을 것인가? 조이스 포터의 도버 경감은 탐정이라고 하기 좀 그러니까 제외한다면 아마 파이로 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셜록 홈즈형의 만능형 탐정들에게서 나타나는 자부심과 오만을 제쳐두고라도, 닝글닝글하게 돌려 말하는 것 하며, 또한 자기 친구(매컴)한테도 무엇하나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게 없다. 그렇다고 트릭이 뭔가 기발하냐,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그럼 왜 읽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는데, 아마도 반 다인의 글재주(?)에 있는 것 같다. 화자이자 작가에, 번스의 대리인이자 조수 역할도 하고 있는 이 사람은 정말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인물들의 액션에 대한 인간적인 설명을 끼워넣는데, 이런 연출은 사실 요즘 드라마들이 많이 써먹는 수법이다. 무뚝뚝하지만 알거 다 알고 챙겨주는 부모님이라든가, 말로 표현하지 않고도 통하는 동성 친구 같은 클리셰에서 느껴지는 인간적 정서의 울림은 거부하기 힘든 종류의 감성이다.

그런 점에서 번스랑 매컴 검사의 말싸움이 마치 미국 버디무비에서 형사 둘이 티격태격하는 거라든가 좀더 나아가 로맨틱 코미디의 연인들의 슬랩스틱 같은 분위기도 풍기는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쓰여진 순서로 보나, 번스의 성격의 드러남으로 보나, 여러모로 반 다인 시리즈에 입문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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