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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 10대 미스터리 소설 중에 하나라는 거창한(?) 문구와 자칭 미스터리 팬이면서 반 다인의 작품을 거의 접하지 못한 컴플렉스는 이 책을 주저없이 구매하게 만들었으나, 워낙 고전이다 보니 범인이나 트릭에 있어서는 전작인 벤슨,그린 보다 확실히 못하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 번스가 사건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동요에 맞춰 살인했다고 열심히 독자를 세뇌하는 것은 다름아닌 번스이다. 취미 고약한 아저씨 같으니. :) 허나 막판 몰아가기, 용의자 둘과 대면하여 벌이는 번스 특유의 심리전은 언제나 독자를 불타오르게 한다. 또한 막스 플랑크의 양자설을 포함한 당대 물리학의 핫 이슈들이 주변장치로 쓰인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번역문을 봐서 원문을 상상하는 정도로는 원문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정확한 사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순전히 직업상의 아쉬움이지만, 이 책만큼은 과학 분야에 발이라도 담가본 사람이 한번 다시 번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기서 묘사된 시기는 바로 물리학의 황금기가 아닌가. 물리학과 수학이 사건의 요점을 흐리는 장치로 등장하는데 이름이 전부 일본식으로 되어 약 70%정도만 누구인지 캐치할 수 있었다는 것은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보르헤스를 생각나게 하는 가짜 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용되는 인물들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수록 재미가 있을 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용서할 수 없는 것 : 구판에 있었던 리만-크리스토펠 텐서를 타이핑한 메모랑 저택의 지도가 빠져 있다. 이것도 주요한 미스디렉션의 일부일진대...